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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장

임세린은 책을 한번 훑어보곤 다시 나에게 돌려주었다. “내일 일 있어서 안 들어오니까, 혼자 얌전히 자야 해.” 임세린의 목소리는 여전했지만, 난 다른 느낌이 들었다. 그에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알았어.” 내 반응이 약간 이상했는지, 임세린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날 한번 쳐다보았다. 하지만 아무 것도 발견하지 못한 그녀는 계속 일에 집중했다. 이날 밤은 아주 평화로웠다. 우리 모두 서로와 했던 약속을 지키고 있었다. 다음 날 저녁, 임세린은 떠났다. 그녀가 박설아의 소유 오빠의 생일 파티에 참석하러 갔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난 이 기회를 빌려 밖에 한 번 돌아다닐 생각이었다. 그런데 내가 외출하려 할 때, 임세린의 전화가 걸려 왔다. “주환아, 침 왼쪽에 있는 서랖 아래에 있는 물건 가지고 두강 호텔 305호에 좀 가져다줘.” “알았어.” 난 가벼운 목소리로 대답하며 산책하려던 내 계획을 중지시켰다. 그리고 임세린이 말한 곳에서 한 케이스를 발견했다. 너무나도 정교해서 난 그 물건의 귀중함을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난 그걸 열어보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게 육세훈의 생일 선물이란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임세린은 육세훈을 별로 마음에 두지 않지만, 박설아를 봐서라도 상대방을 난감하게 하지 않을 것이다. 난 육세훈의 생일 선물을 들고 택시를 잡았다. 그리고 임세린이 알려준 주소로 갔다. 내가 문을 열었을 땐, 안에는 이미 만석이었다. 육세훈, 박설아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 동창들도 있었다. 다 그때의 임세린을 통해 알게 된 사이여서, 다 임세린 쪽 무리의 사람들이었다. 내가 도착하자, 룸 안이 순간 조용해지면서 원해 뜨거웠던 분위기가 사라졌다. 유독 임세린만이 덤덤한 미소를 머금고 나를 쳐다보았다. “주환아, 얼른 이쪽으로 와.” 그녀는 이렇게 말하며 옆으로 한 자리 옮겼다. 비어 있는 그 사린은 마침 육세훈 옆이었다. 분위기는 순간 얼어버렸다. 방금 도착한 나조차 느껴졌다. 육세훈의 날카로운 눈빛은 먼 거리를 두고도 따갑게 느껴졌다.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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