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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장

“주환아, 정말 이럴 가치가 있어? 이 여자는 널 사랑하지 않아, 넌 그저 장난감일 뿐이라고. 이런 모욕을 당하면서도 여전히 이 여자 옆에 있고 싶은 거야?” 난 추재은의 울먹이는 목소리를 듣고 머릿속이 하얘졌다. 하지만 바로 이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날 포기할 수 있을 거야.’ 그러면 나도 추재은에 대한 죄책감을 덜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여 난 아무 감정도 없는 말투로 말했다. “추재은 씨, 그게 무슨 말이에요? 이해가 안 되네요.” 추재은은 울음을 터뜨렸다. 난 추재은의 얼굴을 볼 용기가 없어 머리를 숙였다. 난 죄인이다. 난 쓰레기다. 나 절로도 내가 병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임세린의 앞에서는 등신처럼 굽신거렸지만, 추재은한테는 끊임없이 상처를 주고 있었다. 추재은도 나 같은 사랑의 노예가 되는 게 싫어서 그런 짓을 했지만, 난 사실 이런 행동에 반감을 가졌다. 난 내가 사랑의 이름으로 폭력을 쓰고 있는 것 같았다. 채주은은 떠났다. 아무런 징조도 없이 다른 사람들한테 사과만 하고 바로 떠났다. 임세린도 이제는 흥미를 잃은 것 같았다. 혹은 내 표현이 마음에 들어 더 이상 망신을 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여 그녀도 파티에서 떠났다. 난 마치 개처럼 임세린한테 끌려다녔고, 시키는 건 뭐든지 다 했다. 괴롭힘이든 모욕이든 난 모두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예전에 조금 치료받았던 내 마음도 점차 원래의 어두운색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 해도 너무 많은 상처를 받으면 결국 떠나게 된다. 임세린의 복수 때문에 내 사랑은 이미 고갈되었다. 비록 밖으로 나갈 때 여전히 날 끌고 다니지만, 난 이미 예전의 내가 아니었다. 난 가식을 배웠고 연기를 배웠다. 임세린이 즐겁다고 생각하는 일은 뭐든지 다 했다. 그렇게 해야만 임세린을 만족시킬 수 있고, 나도 숨을 쉴 수 있는 시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임세린은 나의 순종적인 태도에 불만이 생긴 듯했다. 나를 괴롭히는 쾌감을 잃어버린 듯했고, 나를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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