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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장

“정관 수술? 너 미쳤어? 내가 아기를 갖는 게 그렇게 싫어?” 임세린의 목소리는 광기 속에 실망이 담겨 있었다. 그런 분노 같기도 하고, 실망 같기도 한 목소리는 처음이었다. 아마 임세린도 자신이 왜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모를 것이다. “내 대답은 너도 잘 알고 있잖아.” 내 복수심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강렬했다. 임세린의 기분 변화를 느끼면 말로 형용하기 힘든 쾌감을 느꼈다. “강주환! 이 개자식!” 임세린은 울었다. 아니, 통곡했다. 그녀의 울음소리는 전화기를 뚫고 병실 내에서 울렸다. 내 기분은 딱히 뭐라고 표현하기 힘들었다. 마음 아픈 것 같기도 하면서 재미없었다. 서로 죽고 못 살던 연인이 대체 왜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분명 자기 마음도 괴로우면서 꿋꿋이 상대를 괴롭히고 있으니 말이다. “담배 있어?” 난 박겸을 바라보며 물었다. 난 담배를 피운 적이 없다. 임세린이 담배 냄새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임세린을 만나기 전에도 별로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돈벌이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임세린을 만나고 나서는 아예 한 번도 피우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을 통해 어느 담배가 고민을 날려버릴 수 있을 만큼 독하다는 것을 들었다. 박겸은 조용히 호주머니에서 사탕을 꺼내 내 손에 쥐여 주었다. “난 담배 안 피워. 호주머니에는 사탕밖에 없어.” 난 당연히 박겸이 담배를 안 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마음이 너무 아파서 어쩔 수가 없었다. 난 속으로 자기도 괴로울 거면서 왜 임세린을 괴롭히냐고 욕하는 한편, 또 다른 한편으로는 내가 맞다는 생각도 들었다. 임세린이 나한테 복수했으니 나도 똑같은 방법으로 복수하고 있을 뿐이다. 난 갑자기 이런 내가 싫어졌다. 임세린은 여전히 울고 있었고 내가 담배를 달라던 말도 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말리지 않았고 한참 더 울고 나서야 아주 평온한 목소리로 물었다. “너 지금 어디야?” “강남 종합병원, 208호” 임세린의 목소리는 무서울 지경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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