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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장

임영진한테서 받은 주소를 고아라한테 보내고 나서 둘은 각자 차에 올라탔다. 내비게이션의 알림에 따라 새 고객 쪽으로 출발하였다. 길 가던 중, 고아라의 폰에 연락이 들어왔는데 조개마을 김수철이었다. “아라야 고 선생님은 뭐 하고 있어? 아까부터 전화를 걸고 있었는데 계속 통화 중이라서 말이야. 누구랑 통화하고 있는지 혹시 알아?”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김수철의 목소리는 다급하였다. “삼촌, 저 사부님이랑 다른 차에 탔거든요. 지금 사부님도 운전 중이실 텐데 누구랑 통화하고 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무슨 일 생긴 거예요?” “아라야, 그날 오후에 내가 고 선생님께 찾아가 아들 상황을 얘기했었거든. 그 뒤로부터 이삼일 정도는 괜찮았는데 어젯밤부터 또 시작돼서 말이야. 그래서 고 선생님을 모셔서 다시 한번 잘 봐달라고 부탁하고 싶어.” “지금 너희 집 마당 밖에 와있는데 문도 잠겨있고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으니 둘 다 외출 중인 거지?” 사람을 찾을 수가 없어서 김수철이 전화를 해온 거였다. 이에 고아라는 전혀 놀랍지 않았다. 애초에 김수철 아들이 악령한테 시달리게 된 것도 다 그 부모 때문이니 말이다. 아들을 낳겠다고 형태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딸을 낙태시켰으니, 원기가 가득 찬 아기들의 혼령이 남동생한테 매달려서 화풀이할 수밖에 없었다. 김수철 부부는 어른이라 양기가 강하고 또 부모라는 족쇄가 달려있기 때문에 딸들의 혼령은 그들한테 손을 뻗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남자아이는 이제 겨우 몇 개월 정도밖에 안 되는 아가였고 혼령들은 그 아이한테 원한을 품고 있었기에 자꾸 동생한테 달려들게 되었고 김수철 부부가 저질러낸 인과인데 결국에는 그들의 아들이 빚을 갚아야 하는 마당이 되어버렸다. “수철 삼촌 오늘은 사부님이랑 일을 봐야 해서 힘들 것 같아요. 급하시면 다른 분한테 먼저 부탁드려보셔야 할 것 같은데요.” 김수철은 끈질겼다. “그럼, 언제 오는데? 무슨 일을 보러 간 거야? 먼저 돌아와서 우리 아들을 봐주고 가면 안 될까? 아직 어린애라서 기다리다 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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