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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장

이현이 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그 말인즉슨 이은비와 헤어지고 나면 바로 납치해 최현우의 앞에 데리고 오라는 것이었다. “도련님, 어디로 모시고 올까요?” 이현이 물었다. 최현우는 침묵한 뒤 말했다. “그냥 센트롤 호텔로 데리고 와. 최상층에 있는 스위트 룸으로. 데리고 올 때 비밀 통로를 이용하는 거 잊지 말고.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해.” 최현우의 지시에 이현은 순간 호기심이 동했다. 그의 도련님은 대체 왜 그에게 여자를 납치한 뒤 호텔로 몰래 데리고 오라는 것일까? 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이현은 너무도 궁금했지만 물어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운전기사 김강수는 최현우가 여전히 이현에게 알려줄 생각이 없어 보이자 행여나 이현이 미래의 사모님을 다치게라도 할까 봐 뒤에서 몰래 그를 불렀다. 이현은 걸음을 멈추었다. “현아.” 김강수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따가 그 아가씨를 차에 태울 때 조심히 다뤄, 알았지? 절대 다치게 하면 안 돼.” 이현은 김강수를 이해할 수 없는 눈빛으로 보았다. “어쨌든 내 말대로 하면 될 거야.” 김강수는 그 여자가 미래의 최현우 아내라고 말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최현우는 분명 고아라와 혼인신고까지 했으면서 경호원들에게 자신의 아내라고 말하지도 않았다. 게다가 이현에게 고아라를 납치해 자신의 앞으로 데리고 오라고 했으니 행여나 고아라가 반항하면서 이현과 마찰이 생겨 고아라를 다치게 할까 봐 몰래 이런 말을 하는 것이었다. 김강수는 호의로 이현에게 귀띔해준 뒤 얼른 최현우의 보폭을 맞추어 걸었다. 이현은 앞서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혼자 중얼거렸다. “뭐지? 뭘 숨기고 있는 거지? 괜히 더 궁금해졌잖아. 알려주는 사람도 없으면서.” 고아라는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은비와 점심을 먹은 뒤 근처 쇼핑몰에서 쇼핑했다. 이은비는 강정아가 사 오라는 물건을 산 뒤 고아라에게 넘겼다. “아라야, 고마워. 수고 좀 해줘.” 이은비는 고아라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가는 길에 그냥 가져다드리는 건데 뭘. 점심시간 곧 끝나가지? 내가 데려다줄게.” 이은비는 거절하지 않았다. 고아라는 이은비를 회사 앞에 내려주었다. 이은비가 회사 안까지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본 뒤 운전대를 돌리며 떠났다. 10분 뒤. ‘빵빵!' 정상 속도로 운전하고 있던 고아라의 뒤로 누군가가 계속 경적을 울리고 있었다. 그녀는 이내 차선을 오른쪽으로 바꾸었다. 그럼에도 뒤차는 계속 빵빵 소리를 냈고 어떤 차는 그녀의 옆을 쌩 지나가더니 앞을 막듯 속도를 늦추었다. 고아라는 미간을 찌푸렸다. ‘뭐지? 보험 사기단인가?' 그녀도 이내 속도를 늦추었다. 그러자 옆에 다른 한 차량이 나타나며 조수석에 앉은 사람이 창문을 스르륵 내린 뒤 그녀를 향해 소리를 쳤다. “세워요! 차를 세우세요!” 이게 대체 무슨 일인 걸까? 고아라는 상대를 힐끗 보았다. 그러다가 자신의 앞길을 막은 차량을 보며 더는 속도를 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세웠다. 그녀가 차를 세우자 따라오던 몇 대의 차량도 멈추었다. 상대가 차에서 내려 그녀의 창문을 두드리자 절반만 살짝 내린 후 낯선 남자를 보며 물었다. “무슨 일이시죠?” “실례지만, 저희 도련님께서 그쪽을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그러니 저희랑 함께 가주셔야겠습니다.” 낯선 남자는 바로 그녀의 앞길을 막은 이현이었다. “그쪽 도련님이요?” 고아라는 상대의 차량을 힐끗 보았다. 상대의 차량 뒷좌석엔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영혼도 없었다. “혹시 최현우 씨인가요?” 고아라가 이현을 보며 물었다. 그녀가 기억하기론 갑작스럽게 빨리 결혼한 남편의 운전기사도 최현우를 도련님이라고 불렀다. 이현이 답했다. “... 네, 맞습니다.” ‘어떻게 도련님 이름을 알고 있는 거지? 아는 사이인가?' ‘아는 사이인데 도련님께선 왜 몰래 이 여자를 데리고 오라고 하신 거지?' “최현우 씨는 어디에 있죠? 주소로 찍어주세요. 제가 알아서 운전해서 갈 테니까요. 굳이 이렇게 납치하려는 듯 절 막으실 필요 없어요.” 그녀의 남편이 그녀를 보자고 한다면 그냥 말로 한마디만 전해도 알아서 갈 것이었다. ‘아, 그렇네. 내가 연락처를 안 알려줬네.' ‘잠깐, 내가 연락처도 안 알려줬는데 내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안 거지? 심지어 사람을 보내 날 막아 세웠잖아. 난 또 누가 벌건 대낮에 사람을 납치하려는 줄 알았다고.' “성함이 어떻게 됩니까?” 이현은 예의 바르게 물었다. “고아라예요.” “고아라 씨, 저희랑 같이 가시면 됩니다.” 고아라는 황당해하지도 않았다. 침착하게 그의 말을 듣고 있었기에 이현은 더욱 궁금했다. 대체 최현우와 어떤 사이인지. 그는 최현우 곁에서 5년이나 일하고 있었다. 하루 24시간 동안 붙어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만, 최현우의 경호원으로서 그가 알게 된 것은 아주 많았다. 그런데 유독 지금 눈앞에 있는 여자와 최현우의 관계를 몰랐다. 그가 알기론 최현우가 고아라를 만난 적 없었다. ‘설마, 오늘 오전에 도련님께서 김 기사님과 단둘이서 외출하셨을 때 만나신 건가? 조금 전 김 기사님도 나에게 절대 이 여자를 다치게 하지 말라고 귀띔하셨잖아. 혹시 오전에 뭔 일이 있었나?' 이현은 호기심은 극에 달했다. 입이 근질근질했지만, 물어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최현우가 말을 하지 않은 것엔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김강수도 그에게 말해주지 않았다. 분명 뭔가를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20분 뒤. 고아라는 이현과 함께 센트롤 호텔 최상층으로 왔다. 문을 열자 세 명의 덩치가 큰 남자들이 서 있었다. 고아라를 데리고 온 이현의 모습이 그중 한 명이 노크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렸다. 덩치 큰 남자는 두어 걸음 안으로 들어가더니 공손하게 말했다. “도련님, 이현이 돌아왔습니다.” 고아라는 귀를 쫑긋거렸다. 남자의 말을 들은 후에야 자신을 막은 사람 이름이 이현임을 알게 되었다. ‘이름이 간단하네.' 빠르게 노크하고 안으로 보고를 올리던 남자는 다시 밖으로 나왔다. 이현에게 고아라와 함께 들어가라는 눈빛을 보냈다. 고아라는 이현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호화로운 호텔 방에 그녀는 그저 주위를 두어 번 힐끗 볼 뿐 소파에 앉은 아직 낯선 남편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도련님, 고아라 씨를 데리고 왔습니다.” “그래.” 최현우는 이내 손을 휘저었다. 고아라는 그 의미를 몰랐지만 빠르게 나가버리는 이현의 모습에 그제야 눈치챘다. 이현이 문을 꼭 닫은 후에야 고아라는 걸음을 옮겨 최현우의 맞은편에 앉아 그를 보면서 물었다. “저를 찾으셨다고요.” 최현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그저 손목을 들어 시계를 보았다. 그녀와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은 많이 남지 않았다. 시간이 빠듯하다는 것을 안 그는 시간 낭비하지 않기 위해 짧게 말하기로 했다. 고개를 들어맞은 편에 앉은 자신의 아내를 보았다. 그녀는 웃고 있었다. 고아라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에게 인사하고 있다. 최현우의 표정이 살짝 굳어지고 입술을 일자 모양이 되었다. 아내가 이렇게 인사를 하고 있는데 굳이 받아줘야 할까? 사실 그는 몰랐다. 고아라가 인사하고 있는 상대가 그가 아니라는 것을. 고아라는 최현우의 뒤로 갑자기 나타난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할아버지 영혼이었다. 고아라도 의외였다. 할아버지 영혼이 최현우가 차고 있는 손목시계에 깃들어 있을 줄은 전혀 몰랐다. 인자한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니 이상하게도 친근감을 느꼈다. 할아버지는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짓더니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래서 그녀도 손을 흔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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