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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장

배불리 먹고 식당에서 나온 고아라가 소파로 가서 앉아 몸을 뒤로 기댄 채 편안한 자세를 취하고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꺼냈다. 한기철이 다가와서 물었다. “아가씨, 물 좀 드시겠어요?” “아니요. 감사합니다.” 방금 배불리 먹은 그녀는 물 마실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한기철이 웃으며 말없이 돌아섰다. 잠시 후, 한기철이 다시 다가와 과일 접시와 차를 테이블에 올려두고는 고아라에게 말했다. “아가씨, 과일 좀 드세요.” “감사합니다. 집사님.” 한기철이 웃으며 대꾸했다. “그렇게 격식 차리지 않으셔도 됩니다. 대표님께서 저를 대하시는 대로 아가씨도 하시면 됩니다.” ‘아가씨는 무척 예의 바르시네.’ 한기철은 고아라의 출신이 보통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고아라의 분위기, 소양, 성격은 온화함 속에 단단함이 있었다. 비록 함께 지낸 시간을 짧지만, 그가 어떤 사람인가. 최현우가 집사로 데려온 사람이다 보니 평소에 접하는 사람들은 모두 진정한 상류층 사람들이어서 사람 보는 눈은 갈수록 노련해졌다. 고아라는 웃으며 말을 잇지 않았다. 그녀는 속으로 최현우야말로 한기철의 진정한 주인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최현우 옆에서 수년간 함께 해온 사람이었는데 최현우가 한기철을 어떻게 대하든 상관없어도 그녀가 최현우처럼 굴 수는 없었다. 그녀는 그저 임시 아내였기 때문이었다. 1년 후에는 아무것도 아닌 사이였다. 게다가 최현우는 한기철에게 그녀가 그의 합법적인 아내라는 사실조차 알려주지 않았다. 하여 모든 사람은 예의 바르고 거리감 있게 아가씨라고 부르고 있었다. 한기철은 과일을 내려놓고 자리를 떴다. 아직 고아라가 어떤 간식을 좋아하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한기철은 집에 마땅한 군것질거리를 마련하지 못했다. 최현우는 간식을 좋아하지 않았고 아이도 없고 젊은 여성도 없이 처음으로 젊은 고아라를 마주하다 보니 집에 마땅한 간식이 없었다. 비록 신유진이 가끔 오기는 하고 최현우와의 사이가 두터웠지만 신유진을 위해 예외를 둔 적은 없었고 신유진이 좋아하는 음식을 집에 마련해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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