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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장

강제로 맺은 인연은 좋은 결실을 보기 어려운 걸 알고 있었기에 양가 어른들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동우 씨는 누가 봐도 뛰어난 사람이니 걱정하지 마세요. 분명 잘 맞는 짝을 만날 거예요. 어른들이 결혼을 재촉해서 아무나 찾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아요.” 마치 그녀와 최현우를 얘기하는 듯했다. 고아라는 자신의 처지가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그녀와 최현우는 확실히 낯선 사람들이었다. 육감이 대단한 그녀가 최현우와 혼인신고 하는 장면을 예견하여 그저 순리에 따랐을 뿐이었지만 최현우는 정말 강요로 한 결혼이었다. 김여옥이 웃으며 답했다. “감정은 서로 함께 지내면서 쌓을 수 있는 거예요. 결혼 먼저 하고 정을 키워도 남들이 부러워하는 커플이 될 수 있어요. 사실 우리 주변에는 먼저 결혼하고 나중에 사랑을 키운 부부가 많아요.” 대부분이 정략결혼이었다. 감정 없이 가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어른의 뜻에 따라 결혼한 후 정을 쌓게 된 경우들이었다. 고아라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가 최현우의 별장 앞으로 돌아왔다. “할머니, 들어가서 잠시 쉬실래요?” 고아라가 김여옥을 초대했다. 김여옥은 정중하게 거절했다. “남편이 아직 집에 있을 텐데 들어가서 방해하긴 싫어요.” 김여옥은 들어가자마자 신분을 들킬 것이었다. 김여옥은 지금 이대로가 좋았다. 적어도 고아라가 그녀의 마음속 이야기를 솔직히 들려주기 때문이었다. 추후 들키면 고아라가 얼마나 화를 낼 지 김여옥은 잠시 생각지 않기로 했다. ‘내가 거짓말을 한 거지 현우가 한 게 아니니 두 사람의 감정에 영향 주지 않으면 돼.’ 그녀는 고아라가 자신의 신분을 알게 되더라도 고아라가 화를 내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최현우가 고아라를 속이면 고아라는 크게 화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차량이 먼 곳에서부터 다가왔다. 김여옥이 안경을 짚고 눈을 가늘게 뜬 상태로 차를 보다가 고아라에게 말했다. “아라 씨, 저는 먼저 아침 먹으러 갈게요. 더 지체하면 우리 양손자가 또 잔소리할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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