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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장

“제 남편도 형님을 보러 올 때마다 용돈을 줬는데 전부 도박하는 데 쓰더라고요. 전에는 올 때마다 백만 원 정도씩 줬는데 나중에 매일 도박하면서 그 일까지 생긴 것을 알고 제가 주지 말라고 했어요. 저라고 여기 오고 싶어서 오겠어요? 남편이 또 혹시나 마음 약해져서 형님한테 돈을 줄까 봐 매번 따라오는 거예요. 저런 게으름뱅이는 굶어 죽어도 싸요. 돈이요? 100원도 아까워요. 그 돈이 있으면 차라리 기부해서 착한 일을 할지언정 형님한테 주고 싶지 않아요. 그냥 올 때마다 우유 한 박스, 과자 한 박스 사 오는 것만으로도 족하다고 생각해요.” 고아라가 요점을 눈치채고 물었다. “소이현 씨, 그 일이라는 게 무슨 일이죠?” 대답하려던 소이현이 조카를 보고 작은 소리로 말을 이었다. “조카 왔네요.” 소이현이 보는 방향을 따라 고아라도 고개를 돌렸다. 임영애의 아들은 조금 살집이 있고 마흔 살쯤 되어 보이는 중년이었다. 평범한 옷차림에 슬리퍼를 신고 편한 차림으로 왔다. “외숙모.” 임영애의 아들이 소이현을 보고 웃으며 인사했다. 비록 고정태의 능력을 물려받지 못한 고아라였지만 어릴 때부터 고정태를 따라다니며 많은 것을 보고 들은 만큼 얼마 정도 관상을 볼 줄 알았다. 걸어오고 있는 임영애의 아들은 악랄하고 무자비한 사람은 아니었다. 하여 그녀는 임영애의 일이 단순한 가족 갈등일 뿐, 나쁜 기운과는 무관하다고 더 확신했다. 영정사진에 있는 임영애의 남편이 눈물을 흘린 것은 고쳐지지 않는 임영애의 버릇 때문에 화가 치밀어 올랐거나 혹은 의지할 남편을 잃고 거지처럼 살고 있는 그녀의 처지에 애통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대낮이라 나타나길 꺼리는 영혼과 소통할 방법이 없어 고아라는 그가 눈물을 흘린 진짜 이유를 몰랐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당사자가 와야 하는데 당사자가 왔으니 그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었다. “도하야, 집사람은 안 왔어?” 소이현이 조카를 향해 물었다. 임영애와 임영진 남매의 나이 차이가 크다 보니 소이현과 남도하는 몇 살 차이 나지 않았다. “안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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