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장
“대답해.”
최현우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김여옥은 다시 한번 물었다.
“내 말 안 들리니?”
그제야 최현우는 힘없이 입을 열었다.
“낯선 사람이랑 같이 사는 게 불편하다고 얘기했잖아요. 할머니는 제 말을 듣지도 않으시면서 뭘 대답하라고 하시는 거예요? 어차피 제가 싫다고 해도 동의할 때까지 계속 말씀하실 거잖아요.”
“아라가 왜 낯선 사람이니? 너희는 지금 법적인 부부야. 부부가 같이 사는 건 당연한 일이고. 지금 당장 동우한테 연락해서 아라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 알아봐. 그리고 사람 보내서 직접 네 집까지 데려오고.”
“할머니, 그 사람도 저랑 같이 사는 걸 싫어할 수 있어요. 솔직히 어제 혼인신고하고 오늘 바로 이혼 얘기 꺼냈는데 그 제안을 받아들일 리가 없잖아요.”
김여옥은 굳건했다.
“그건 내 알 바가 아니고 아무튼 시간은 하루 줄게. 내일 아침에 찾아갔을 때 집에서 손자며느리를 보지 못하면 그다음부터 매일 회사로 와서 널 귀찮게 할 거야. 알아둬.”
“할머니, 자살하는 사람도 죽기 전에는 숨 고를 틈이 있는데 이건 정말 너무하신 거 아니에요?”
“내가 너한테 죽으라고 한 건 아니잖니.”
최현우가 잔뜩 어두운 표정으로 말하자 김여옥은 작전을 바꿨다. 그녀는 눈시울을 붉히더니 흐느끼며 말을 이었다.
“현우야, 할머니가 널 숨 막히게 했니? 내 나이 여든인데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겠어...”
“요즘 따라 꿈에 네 할아버지가 자주 나타나서 날 기다리고 있다며 얼른 오라고 손짓하더라. 이제 나도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나 봐. 그전에 증손자를 한번 안아보면 소원이 없을 것 같은데... 그것도 못해서 가면 아마 네 할아버지는 내가 손자한테 무관심한 사람이라고 엄청 원망하실 거야.”
“서른이 되도록 결혼을 못 시켰으니 네 할아버지를 볼 면목이 없구나.”
말을 이어가던 김여옥은 티슈를 꺼내 눈물을 닦는 척 눈을 문질렀고 순식간에 빨갛게 충혈된 눈을 본 최준태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혀를 내둘렀다.
김여옥의 뛰어난 연기는 배우를 하지 않은 게 아까울 정도였다.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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