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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장

고아라는 시간을 보더니 센트롤 호텔로 가서 식사하기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할머니의 호의를 거절하지 않았다. “할머니, 혹시 바쁘신가요?” 할머니는 웃으며 말했다. “전혀요. 이제 은퇴하고 집에서 여가 생활을 보내니 아무것도 할 일이 없어서 무료할 정도로 한가해요. 그래서 차 한 대를 대여해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있죠. 어디든 다니는 게 집에만 있는 것보다는 낫더군요.” 할머니가 이렇게 말하자 고아라는 차를 몰고 할머니를 따라 나섰다. 할머니가 말한 밀크티 가게는 퀸즈그룹 건너편에 있었고 가게의 매출은 대부분 퀸즈그룹에 의존하고 있었다. 두 대의 차는 밀크티 가게 앞에 멈췄고 할머니는 운전사에게 근처에서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라고 하고는 고아라와 함께 가게로 들어가 창가 쪽 테이블을 골라 앉았다. 창문 너머로 퀸즈그룹의 수십 층 높이의 사무 빌딩이 보였다. 지금은 근무 시간이라 퀸즈그룹의 직원들이 밖으로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밀크티 가게에는 주인 아주머니를 제외하고 할머니와 고아라밖에 없었다. 할머니는 따뜻한 물 한 잔을, 고아라는 밀크티 한 잔을 주문했다. 그녀는 밀크티를 퍽 좋아했다. 할머니가 온화하게 물었다. “아가씨, 이혼은 왜 하려고 하는지 얘기해 줄래요? 문제가 그 사람에게 있나요, 아니면 아가씨 본인에게 있나요?” 고아라는 할머니가 낯선 사람이기 때문에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난 이후에도 다시 만날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전혀 부담 없이 솔직하게 말했다. “할머니, 사실 저와 제 남편은 처음 만난 사이에 결혼을 했어요. 때문에 서로에게 감정이 전혀 없죠. 어제 혼인 신고를 했지만 저는 그 사람에 대해 잘 모르고 상대도 저에 대해 아는 게 없어요. 혼인신고를 한 후에 저는 여기에서 친구를 만나고 나서야 제가 남편의 진짜 신분을 알게 되었어요. 제가 실수를 한 것 같아요. 아무렇게나 결혼하지 말았어야 했어요. 왜냐하면 우리 둘은 전혀 어울리지 않거든요. 저는 고아이고 사부님이 저를 주워 키워준 거예요. 부모가 누군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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