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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장

고아라가 주차한 것을 본 뒤 강정아는 얼른 웃는 얼굴로 다가갔다. “아라야, 우리 은비가 뭘 사서 너한테 보내지 않았니?” “네, 가지고 왔어요.” 고아라는 차에서 내린 뒤 뒷좌석의 문을 열고 몇 개의 쇼핑백을 꺼내 강정아에게 건넸다. “은비가 아줌마랑 아저씨께 옷 한 벌씩 사드렸어요.” 강정아의 입이 귀에 걸렸다. 그리고 잊지 않고 슬쩍 자랑했다. “하이고, 필요 없다니까 또 그러네. 우리 은비가 이렇게 돈을 펑펑 쓴다니까.” “아줌마, 은비는 아줌마랑 아저씨께 효도하려고 그러는 거예요. 돈을 펑펑 쓰는 게 아니에요.” 어른들은 다 그랬다. 아이들이 자신을 위해 뭔가를 샀다고 하면 분명 아주 기뻐하면서도 입으로는 아이들이 돈을 펑펑 쓴다고 말했다. 다음 날이 되면 자식이 산 새 옷을 입고 마을 한 바퀴 돌 거면서 말이다. 고정태도 그러했다. 그녀가 고정태에게 선물을 사다주면 고정태도 그녀에게 돈을 물처럼 쓴다고 말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가 사준 옷을 갈아입고 굳이 하산하며 마을 사람들과 바둑을 두었다. 그것도 부족한지 마을을 한 바퀴 돌면서 자신이 키운 아이가 자신에게 얼마나 효도하고 있는지 자랑했다. 강정아는 웃으며 말했다. “그래그래, 효도하고 있는 거야. 은비는 돈 펑펑 쓰지 않아. 아라야, 우리 집에서 저녁 먹고 갈래?” “감사하지만 괜찮아요. 사부님께서 아까부터 어디냐고 자꾸 전화하셔서 전 산에 올라가서 먹어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오는 길에 사부님께서 좋아하시는 안주도 샀거든요.” “그럼 얼른 산으로 올라가. 이따가 어두워지면 산길 오르기 힘들어질 거야. 나중에 시간이 나면 아줌마 집으로 놀러와. 아줌마가 맛있는 거 해줄게.” 고아라도 웃으며 답했다. “네, 그럴게요.” 그녀와 고정태의 차는 전부 강정아의 집에 주차해 두고 있었기에 강정아 가족과 아주 친했을 뿐 아니라 가끔 모여서 식사하기도 했다. 강정아와 작별 인사를 한 뒤 고아라는 강정아의 집에서 나와 걸어서 산에 올라갈 준비를 했다. 그녀는 양손에 뭔가를 가득 들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방금 그녀가 말한 안주였다. 먼 길을 나갔으니 돌아올 땐 고정태를 위한 안줏거리라도 사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인하의 구월은 여전히 더웠지만, 산속은 시원했다. 오늘은 흐린 날이었다. 비록 비가 내리진 않았지만, 노을이 지지 않은 탓에 하늘도 빨리 어두워졌다. 고아라가 산꼭대기까지 올라왔을 때 하늘은 이미 어두컴컴해져 있었다. 고개를 떨구고 산 아래를 보니 집집이 불이 켜져 있었다. 꼭 밤하늘의 별 같았다. “야옹.” 이때 정원 바위에 누워있던 고양이가 고아라를 발견하고 폴짝 뛰어내리며 대문까지 나왔다. 능숙하게 대나무 대문 위로 풀쩍 뛰어오르더니 고아라의 곁에 다가왔다. 고아라는 몸을 굽혀 고양이를 품에 안고 대나무 문을 열었다. 각종 화초로 가득한 정원을 가로질러 집 안으로 들어갔다. 현관문은 열려 있었다. 환히 불 켜진 집안에서 향긋한 밥 냄새가 풍겨 나왔다. 고정태가 저녁을 만들고 있었다. “사부님, 저 왔어요.” 고아라는 그를 부르며 주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사부님을 위해 닭발이랑 골뱅이무침을 사 왔어요. 집에 아직 땅콩 있죠? 이따가 땅콩도 고소하게 구우면 사부님 술안주는 완전 문제없죠. 사부님, 지금 뭘 만들고 계세요? 냄새가 아주 향긋한 데요?” “부추 냄새가 나네요. 사부님, 지금 부추볶음 하시는 거예요?” 고아라는 고양이를 내려놓고 오면서 사 온 닭발과 골뱅이무침을 테이블에 올려놓은 뒤 손을 씻은 후에야 고정태가 부추볶음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것은 그녀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그녀는 이내 바로 슬쩍 손으로 부추를 집어 먹었다. “거기 젓가락 있잖니. 다 큰 애가 아직도 손으로 음식을 막 집어 먹고, 쯧.” 고정태가 그녀의 모습을 보며 한마디 했다. “혼인신고를 하는데 꼬박 하루가 걸린 거니?” 고아라는 빠르게 젓가락과 그릇을 가져온 뒤 또 한 젓가락 집어 먹었다. “아니요, 정아 아줌마가 은비한테 뭐 사 오라고 시켰나 봐요. 그래서 은비가 아줌마가 시킨 물건을 사 오느라 조금 늦었어요. 그 덕에 은비한테서 점심도 얻어먹고요. 돌아오는 길에 차도 막히다 보니 어느새 저녁이 되었더라고요.” 고정태는 접시를 가져왔다. 그리고 고아라가 포장해 온 닭발과 골뱅이무침을 따로 담았다. 여전히 뜨끈뜨끈한 음식들에 그는 바로 고아라에게 물었다. “시장에서 산 거냐?” “네.” “혼인 관계증명서는 가져왔니? 얼른 이 사부에게 보여주렴.” 고아라는 주머니를 뒤적이면서 말했다. “쇼핑백에 넣어둔 것 같아요.” “가서 가져와.” 고아라는 곰곰이 생각한 뒤 말했다. “사부님, 그 쇼핑백이 차에 있는 것 같아요. 제 핸드폰이랑 같이요. 이따가 저녁 먹고 나서 가져올게요. 어차피 혼인신고도 마쳤으니 사부님 사위는 어디 도망가지도 못할 거예요. 참, 사부님. 제 남편 아주 잘생겼어요. 웬만한 연예인 뺨치는 미모라니까요. 덩치도 어찌나 큰지 아주 건강해 보였어요. 처녀 귀신들이 보면 아주 환장할 남자예요. 하지만 기운이 너무 세서 처녀 귀신들이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것 같더라고요.” “남자가 얼굴만 잘생기면 뭐해. 능력이 있어야지. 돈만 잘 벌고 아내와 자식을 사랑하는 남자가 최고의 남자란다.” 혼인 관계 증명서가 차에 있다는 말에 그는 다시 음식을 만드는 것에 집중했다. 두 사람의 저녁은 아주 간단했다. 평소에도 두 가지 반찬을 만들어 먹었다. 하지만 오늘 저녁엔 네 가지였다. 남은 두 가지는 고아라가 사 온 닭발과 골뱅이였다. 고아라는 부추볶음을 먹으며 말했다. “사부님 사위 능력 있어요. 나이 서른에 대기업 대표님이에요. 심지어 마이바흐도 타고 다니고 운전기사랑 경호원도 있었어요.” “... 혹시 최근 본 소설 내용이니?” 고정태는 고개를 들어 고아라를 보며 물었다. 급하게 결혼한 고아라가 젊고 잘생기고 능력 좋은 남자와 결혼했다는 것을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에겐 신기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를 최고의 점쟁이라며 소문을 내주었고 거기다 고아라의 특이한 눈 덕에 그는 인하에서 조금 유명한 점쟁이가 되어버렸고 평소에도 돈 좀 있다 하는 사람들이 그를 찾아오기도 했다. 이 일을 하면서 그가 만나 본 사장님들은 50명은 족히 될 것이다. 대부분 중년이었고 탈모가 있지 않으면 배불뚝이거나 목과 손목과 금을 하고 다녔다. 그리고 얼굴은 졸부의 관상이었다. 어쨌든 그는 지금까지 젊은 사장을 본 적 없었다. 대부분 나이가 40대거나 그 이상이었다. 그의 제자 고아라는 인터넷 소설을 쓰며 돈을 벌었다. 평소에도 재벌이 가난한 여자에게 사랑에 빠지는 환상적인 소설을 쓰거나 오컬트 소설을 썼다. 물론 고아라는 오컬트 소설을 더 잘 썼다. 매일 영혼을 보고 살았으니 오컬트 소설은 그녀에게 식은 죽 먹기였고 그녀의 소설을 읽은 사람들은 꼭 옆에 귀신이라도 있는 듯한 생생한 기분을 느꼈지만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사부님, 현실과 소설이 다르다는 것을 저도 잘 알고 있어요. 제가 말한 건 전부 사실이에요.” “그 남자가 너한테 그렇게 말하든?” “아니요. 제가 직접 본 거예요. 그리고 확인하기 위해 물어봤었죠. 참, 사부님 사위는 은비가 다니는 회사 대표님이래요. 절대 거짓말 아녜요.” 고정태는 놀란 얼굴이었지만 여전히 그녀의 말을 믿지 않는 듯했다. “이름이 뭔데? 사부가 이따가 정 대표한테 연락해서 물어봐야겠어. 내 사위를 알고 있는지 말이야. 사부는 여전히 안 믿긴단다. 평소에 우리가 본 사장들 중에서 젊고 잘생긴 사장은 없었잖니.” 고아라가 이내 대꾸했다. “사부님이 평소에 상대하는 사장님들은 전부 중소기업의 사장님들이잖아요. 저랑 사부님이 그런 대단한 부잣집 대표님들을 본 적 없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죠. 사부님 사위는 재벌 중에서도 아주 대단한 재벌일걸요.” “...” ‘아니 급하게 결혼했다는 애가 그런 거물을 덥석 물어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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