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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화

“누군가는 그렇게 계속 고집부리다가 며느리를 놓치게 될 거야.” 하영준은 그녀를 돌아보며 여전히 화가 난 표정이었다. “당신이 뭘 알아?” 고정윤이 일부러 자극하는 건 하영준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하시훈이 그런 배경의 여자를 집으로 데려오면 나중에 두 사람의 가치관 차이가 점점 벌어져서 결국 잘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고정윤은 시선을 돌리며 그를 쳐다보기도 싫은 듯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고리타분한 사람.” 병실 안의 누구도 감히 대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모두의 마음속에는 하나의 의문이 자리 잡고 있었다. ‘설인아가 어떻게 의술을 할 수 있지? 게다가 그동안 수많은 의사를 찾았지만 모두 방법이 없었다고 했는데 설인아는 할 수 있었다. 그 여자는 대체 누구지?’ 나용복은 더 이상 시간을 끌고 싶지 않았다. 그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설 대표, 우리 아들놈과 당신 딸을 언제 만나게 해줄 겁니까?” 그는 설형우가 계속 미루는 태도에 매우 불만이었다. 설연우는 나문숙 옆으로 조금 더 다가가며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엄마, 설인아랑 나지운의 맞선을 재촉하는 얘기예요.” 나문숙은 눈이 반짝이며 입을 다물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설연우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는 기대감이 피어올랐다. 설인아 주변의 남자들은 하나같이 뛰어났다. ‘그런 년이 어떻게 그런 훌륭한 남자들과 어울릴 수 있겠어? 나지운 같은 쓰레기나 어울릴 만하지.’ 모녀는 귀를 쫑긋 세우고 그쪽에서 무슨 말이 오가는지 집중했다. 설형우는 여전히 아부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금방 조치하겠습니다. 최근에 인아가 너무 바빠서요.”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설인아 그 불효녀를 욕하고 있었다. ‘만약 그년이 협조만 했어도 나씨 가문과의 협상은 이미 끝났을 텐데.’ 나용복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흥, 설 대표, 나를 속이려는 건 아니죠?” 그는 설형우의 말을 믿지 않았다. 설형우는 비록 전화 통화 중이었지만 몸을 굽히며 매우 공손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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