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화
설인아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진짜 맞아요.”
그녀는 모든 일을 마치고 나니 하수연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고마워.”
목소리는 아주 작았고 어딘지 모르게 어색함이 느껴졌다.
조금 전까지 그렇게 욕했던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다.
설인아는 그저 담담하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별말씀을요.”
말투는 매우 예의 발랐다.
그녀는 더 이상 하수연의 어색함에 신경 쓰지 않고 하영준에게로 걸어갔다.
설인아가 하영준 앞에 서자 그는 불편한 듯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설인아는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하영준에게 다가가 손을 올렸다.
은침을 빼내는 순간, 하영준은 잠시 멍해졌다. 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마음속으로는 의문이 가득했다.
‘왜 몸이 이전보다 훨씬 더 편안해진 거지? 몸의 무거운 느낌이 사라졌어.’
단지 방금까지 들고 있던 팔이 약간 저릴 뿐이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설인아를 바라보았고 그녀가 진지하게 은침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았다.
한편, 병실 밖의 고정윤은 초조한 얼굴로 허소윤의 손을 잡고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녀는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하지만 치료를 방해할까 봐 두려웠다.
허소윤은 고개를 들고 고정윤을 바라보며 앳된 목소리로 위로했다.
“외할머니, 외숙모님이 그렇게 대단하시면 엄마도 분명 괜찮을 거예요.”
다섯 살짜리 아이지만 사실 알고 있는 건 다 알고 있었다.
허소윤의 위로에 고정윤의 마음은 조금 따뜻해졌다. 그녀는 몸을 낮추어 허소윤의 약간 말린 옷깃을 정리하며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래, 엄마는 분명 나을 거야.”
허소윤의 위로가 그녀에게 큰 힘이 되었지만 마음속의 걱정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설인아에게 치료를 맡긴다는 것은 결국 큰 도박이었다.
허소윤은 앞으로 다가와 부드럽고 말랑한 볼을 고정윤의 볼에 대며 말했다.
“외할머니, 우리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기쁘고 행복해야 좋은 일이 생긴대요.”
그녀의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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