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화
설인아는 하시훈을 어색하게 바라보며 해명 아닌 해명을 하고 있었다.
“술 게임 하다가 져서 올라온 거야.”
“뱉은 말을 지키지 않을 순 없잖아?”
설인아가 하시훈의 귓가에 대고 속삭일 때, 하시훈은 갑자기 풍겨오는 그녀의 은은한 체향에 몸이 굳어버렸다.
그리고 자연스레 시선에 살짝 드러난 그녀의 허리로 향했다.
조명 아래에서 유독 빛나는 허리에 미간을 찌푸리던 하시훈이 겉옷을 벗어 걸쳐주자 설인아는 오히려 그걸 더 꽉 여미었다.
“그럼 온 김에 나랑 내 친구들 같이 보자.”
하시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설인아는 남하연과 친구들이 있는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잠깐만 기다려줘. 친구들한테 인사만 하고 올게.”
침묵으로 답을 대신하는 하시훈에 설인아는 그가 둘러준 겉옷을 걸친 채로 남하연을 향해 걸어갔다.
그녀가 가까이 다가오자 문성훈을 비롯한 다른 친구들은 빠르게 다가가 호기심에 찬 얼굴을 들이밀었다.
“인아야, 저 남자는 누구야?”
고개를 돌려보니 자신을 기다리는 듯 아직도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남자에 설인아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냥 친구.”
당연히 그 말을 믿는 이는 없었지만 설인아가 말하기를 꺼려하는 것 같아 더 묻는 이도 없었다.
그녀의 대답 때문에 둘의 사이가 오히려 더 야릇해졌다.
그들의 말에 짧은 답을 한 설인아는 이내 남하연의 손을 맞잡으며 말했다.
“하연아, 나 일 있어서 먼저 가봐야 할 것 같아.”
“알아, 가서 잘 놀아.”
일부러 눈썹을 찡긋거리며 웃는 남하연의 의도를 알아챈 설인아는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치며 대꾸했다.
“그런 거 아니니까 그딴 표정 짓지 마.”
남하연은 그 말을 한 귀로 흘리며 대충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설인아한테 묻고 싶은 게 너무나도 많지만 오늘은 날이 아닌 것 같았다.
“너희들도 잘 놀고 가.”
설인아는 서둘러 방지효를 비롯한 다른 친구들에게도 인사를 하고 하시훈이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멀어져가는 설인아의 뒷모습을 보던 육진수는 그녀가 자신과의 사이에 왜 그렇게 선을 그었는지 그제야 알 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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