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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설인아가 남하연의 왼쪽에 앉으려고 하자 남하연은 다급히 그녀를 자신의 오른쪽에 앉혔다. 그렇게 자신과 육진수 사이의 일을 모르는 남하연 때문에 육진수와 나란히 앉게 된 설인아는 표정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그런 줄도 모르고 남하연은 자랑스러운 얼굴로 설인아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어때? 완전 서프라이즈지?” 너무도 해맑은 표정에 설인아는 어쩔 수 없이 이를 악물며 답했다. “그래. 진짜... 놀랍네.” 역시나 그녀의 불길한 예감은 틀리질 않았다. “내가 계속 생각하고 있었지.” 하지만 남하연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지 고개를 까딱이며 설인아의 잔에 술까지 채워주었다. “얼른 마시고 취했을 때 빨리해버려. 알지?” “...” 저 말의 뜻이 너무나도 명확해서 설인아는 눈앞이 더욱더 아득해져만 갔다. 육진수와는 평생 멀어지고 싶었는데 이렇게 눈앞에 직접 배달까지 해준 남하연에게 이제라도 사실을 알려줘야 할 것 같아 설인아가 입을 여는데 때마침 방문이 열리더니 설연우가 걸어들어왔다. 하얀 원피스를 입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걸어들어오는 그녀는 학창시절과 다름없이 예뻤다. “쟤가 여긴 왜 온 거야?” 하지만 그녀의 등장은 예상 밖의 일이었는지 남하연은 잔을 세게 내려놓으며 미간을 찌푸렸다. 설인아도 남하연이 만든 자리에 설연우가 등장한 게 당황스럽긴 했다. 남하연은 설인아가 혹시나 오해할까 싶어 다급히 그녀에게 해명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진짜 모르는 일이야. 아니, 어쩜 저렇게 염치가 없어? 부르지도 않은 자리에 왜 오는 거야 도대체...” “알아, 네가 안 부른 거.” 남하연이 어떤 사람인지 알기에 설인아도 오해 따윈 하지 않고 오히려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 시끄러운 음악 소리 때문에 둘의 대화는 큰 이목을 끌지 못했고 설연우는 그 틈을 타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유명감독인 남하연이 만든 자리라고 해서 와봤는데 설인아도 있는 걸 보고 그녀 역시 놀라는 중이었다. 하지만 분노가 빠르게 그녀의 놀라움을 대체했다. 그녀가 분노한 이유는 당연히 육진수 옆에 앉은 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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