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9장
차재욱의 눈가에 눈물이 핑 돌았다.
글로만 봐도 강서현의 비통함과 무기력함, 고초가 느껴져서다.
금빛의 글자들 위엔 서현이 저도 모르게 떨군 눈물 자국도 함께였다.
난도질 당하듯 가슴이 따끔거렸다.
강서현이 그랬다, 차재욱은 평생 그 상처의 깊이를 알지 못할 거라고.
이제야 그 말의 진짜 의미를 알겠다.
그때의 강서현은 밝고 자신감 넘친 데다 업무 능력도 탁월한 사람이었다.
하여 결혼생활의 고배를 맛봐도 얼마 안돼 훌훌 털고 일어날 줄 알았다.
심연에 빠져 허덕이며 부처님께 의지하려 했는 줄도 모르고.
파르르 떨리는 손가락으로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베낀 경서 아래마다 강서현의 기도가 씌여있었다.
[자애로운 부처님이시여, 제가 81일 동안 기도 올리면 차재욱이 아들을 돌려주게 하실 겁니까. 제 목숨과도 같은 아들입니다, 그 아이 없인 살아갈 자신이 없습니다.]
[부처님, 전 매일 경서도 베끼고 염불도 외웁니다. 제발 제 아들 좀 돌려주십시오. 왜 병원에 가도 아들이 절 만나주지 않을까요, 그때 제 심정이 어땠는지 아십니까.]
[오늘이 백 번째 반야심경입니다. 차재욱을 잊고 싶습니다, 제 아들도 잊고 싶습니다. 다 잊고 새 삶을 살아가려는데 아무리 해도 되질 않습니다. 왜 제게 그리도 잘해주던 사람이 절 사랑한 적이 없다고 하는 겁니까. 자애로우신 부처님, 대답 좀 해주십시오. 제가 뭘 그렇게 잘못했습니까? 대체 왜 아빠 엄마도,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마저도 절 버린 건가요, 정녕 제게 이 세상을 살아갈 의미 같은 게 있습니까?]
[오늘은 제가 절에서 지낸지 한달 째 되는 날입니다, 뱃속의 아이도 3개월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이젠 아이의 존재를 느낍니다만 저는 오히려 겁이 납니다. 제가 죽을 힘을 다해 낳아도 오빠처럼 절 버리면 어떡할까요. 그렇다고 지울 엄두는 안 나는데 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부처님.]
강서현이 써내려간 한 글자 한 글자가 수도 없는 화살이 되어 차재욱의 가슴을 후벼팠다.
글자만 봐도 그때 강서현의 처지가 어땠을지 짐작이 갔다.
그의 배신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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