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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장

‘퍽’하는 소리와 함께 그 여자의 손바닥이 졸지에 강서현의 얼굴에 떨어졌다. 순간, 강서현은 얼굴이 화끈거려왔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그 여자에게 반격을 가하고 싶었지만 현재 반에 아이들이 많이 있는 탓에 선생님으로서 앞장서서 싸우는 모습을 보이는 건 학생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생각에 강서현은 화를 꾹 참으며 냉담한 표정으로 그 여자를 바라보았다. “누군데 저를 때리는 거죠?” 그 말에 여자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네가 내 남편한테 꼬리쳤으니 당연히 때려야지. 이제 출근한 지 겨우 며칠밖에 안 되었는데, 도처에서 남의 집 남자를 유혹하다니… 그러니까 벙어리를 낳았지. 쯧쯧. 이건 하늘이 너한테 준 업보야.” 그 말에 꾹 참아왔던 강서현의 감정이 순식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그녀는 자신을 욕하는 건 참을 수 있어도, 콩이를 욕하는 건 절대 가만히 지켜볼 수가 없었다. 강서현은 그 여자의 손목을 움켜쥐고 한마디 했다. “제 딸에게 당장 사과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저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그 말에 그 여자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남의 남편을 유혹하는 여자한테 사과하라고? 퉤. 난 지금 당장 너를 이 학교에서 쫓아내고 말 거야. 모두들 안으로 들어오세요. 이 여자가 매일 자기 아이를 데리고 출근을 하면서 반의 규율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또한 다른 사람의 남편을 몰래 꼬시기까지 하는데 이런 여자가 우리 아이들의 담임 선생님이 되게 할 수는 없잖아요?” 그 말을 듣고 사람들은 강서현에 대해 왈가왈부하기 시작했다. “겉으로 봐선 좋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런 사람인 줄은 미처 몰랐어요.” “아이를 데리고 학교에 출근하는 건 원래 규율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교장은 만나 한번 얘기해봐야 겠어요. 저희가 낸 학비로 남의 자식이 공짜로 수업을 듣게 할 수는 없죠.” “맞아요. 이런 사람은 우리 천재반 담임 선생님이 될 자격이 없습니다. 학교에서 당장 쫓아내야 해요.” 그렇게 교실 안은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한편, 콩이는 강서현이 여러 사람에게 둘러싸여 매를 맞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 나머지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러다가 곧바로 스마트워치로 차재욱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난번 강서현의 집 아래에서 만났을 때, 콩이는 차재욱의 전화번호를 물어본 적이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휴대폰 너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콩이야, 왜 그래?” 익숙한 목소리에 콩이는 더욱 서러워졌다. 하지만 그저 코를 훌쩍거리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오직 주변에서 이런저런 욕하는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그 소리에 차재욱은 이상한 느낌이 엄습했다. “누가 엄마를 괴롭히고 있는 거야?” 콩이는 힘껏 목구멍에서 작은 소리를 냈다. 콩이의 울음소리에 차재욱은 가슴이 미어지는 듯 아파왔다. “콩이야. 울지 마. 아저씨가 곧 갈게.” 그는 작은 목소리로 콩이를 달랬다. 잠시 후, 그는 기사가 차를 멈춰세우기도 전에 바로 차현승을 데리고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엄마가 다른 사람들한테 괴롭힘을 당하고 있대. 어서 교실로 들어가보자.” 그 말에 최승현의 잘생긴 얼굴에는 냉기가 감돌았다. 발걸음도 더욱 빨라졌다. 콩이는 휴대폰 화면에 뜬 이름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외쳤다. “아빠…” 하지만 이 소리는 현장의 시끄러운 소리에 묻혀 버리고 말았다. 강서현은 이것이 누군가가 꾸민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비록 뭇사람들에게 몰매를 맞고 있지만 그녀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쳇. 그 목적은 바로 나를 이 학교에서 쫓아내려는 걸겠지.’ 그녀는 출근한 지 이틀밖에 되지 않아 학부모와 접촉이 많지 않았다. 이틀 만에 벌써 학부모들의 미움을 사다니, 이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었다. 강서현은 냉담한 눈빛으로 여자를 바라보았다. “아까부터 자꾸 제가 당신 남편을 유혹했다고 하는데, 증거 있어요?” 그 말에 여자는 턱을 치켜들며 말했다. “증거야 당연히 있고 말고. 어디 그 증거를 보고도 이렇게 발뺌할 수 있을지 한번 보자고.” 말을 마친 후, 그녀는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누군가와 메시지를 주고 받았던 대화창을 열었다. 사진을 한 장 찾아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 “이것 좀 보세요. 이게 바로 강서현이 제 남편을 유혹했다는 증거에요. 출근한지 겨우 이틀이 되었는데 벌써 이런 짓을 벌이다니… 이러다간 우리네 집안은 전부 이 여자 때문에 풍비박산이 날 겁니다.” 사진을 보고 난 후에야 강서현은 비로소 이 여자가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 또한, 누가 그녀에게 이런 사진을 보냈는지도 알 수 있었다. 어제 진이나와도 번호를 주고 받았었는데 한눈에 봐도 진이나의 번호였기 때문이다. 잠시 후, 강서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그 여자를 바라보았다.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에요? 아니면 지능이 원래 그렇게 낮은 건가요?” “지금 누구더러 지능이 낮다는 거야?” 그 말에 강서현은 코웃음을 쳤다. “제가 당신 남편을 정말 유혹했는지 아닌지 당신 아들에게 물어보세요. 그때 바로 옆에 있었습니다.” 그러자 여자는 윤지훈을 끌어당겨 그에게 손가락질를 하며 물었다. “윤지훈. 네가 말해봐. 네 담임이 아빠를 유혹한 거 맞아?” 윤지훈은 그 여자가 큰 소리로 윽박지르는 바람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여자는 의기양양하게 미소를 지었다. “봤지? 내 아들이 이렇게 인정했는데 아직도 발뺌을 할 생각이야? 지금 당장 교장선생님을 찾아가서 당신을 해고하라고 할거야.” 바로 그때, 몇몇 남자아이가 윤지훈을 가리키며 말했다. “지훈이가 거짓말을 하고 있어요. 선생님은 지훈이 아빠를 유혹하려고 한 적이 없어요. 그저 선생님께서 넘어지려고 하던걸 지훈이 아버지가 잡아준 것 뿐이에요. 그때 저희도 전부 곁에 있었어요.” “맞아요. 지훈아. 너 거짓말하면 코가 길어질까 봐 두렵지도 않아?” 반 친구들의 질타를 받자, 윤지훈의 마음은 더 이상 겉잡을 수가 없었다. 그는 머리를 감싸안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펑펑 울었다. 그때, 강서현은 그 여자를 바라보며 차가운 말투로 한 마디했다. “제 딸이 여기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건 저도 당신들과 마찬가지로 학비를 다 냈습니다. 때문에 학교 규정을 위반한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당신 남편 또한 제가 넘어지려고 한 걸 당신 남편이 부축해준 것 뿐이에요. 오히려 당신들이 여기서 헛소문을 퍼뜨리고 제 명예를 실축하고 있어요. 그러니 전 얼마든지 당신들을 고소할 수 있습니다.” 말을 미치고, 그녀는 경비실에 전화를 걸려고 했다. 하지만 번호를 채 누르기도 전에 그 여자가 강서현의 휴대폰을 휙 낚아채는 과정에서 휴대폰이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순간, 휴대폰 액정이 산산조각이 났다. 여자는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는지 발로 밟기까지 했다. 강서현의 휴대폰 배경 화면은 콩이의 사진이었는데,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화면이 켜졌다. 그러자 흰색 원피스를 입고 깜찍하게 웃고 있는 콩이의 사진이 한눈에 들어왔다. 깨진 휴대폰 화면이 콩이의 얼굴을 여러 조각으로 쪼개버렸다. 비록 그 여자가 밟은 것은 강서현의 휴대폰이었지만, 그녀의 눈에는 마치 콩이를 짓밟은 것처럼 보였다. 강서현은 다른 것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주위에 있던 사람들을 밀치고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휴대폰을 빼앗았다. 하지만 그녀의 손이 휴대폰에 닿자마자 그 여자는 하이힐로 강서현의 손등을 짓밟고 말았다. 살을 에는 듯한 통증에 강서현은 더 이상 참고만 있을 수 없었다. 그녀는 휴대폰을 들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학생들 앞에서 당신과 직접적인 충돌을 일으키고 싶지 않지만, 전 그들의 담임 선생님이기 때문에 언제 참고 언제 참아야 하는지 가르칠 의무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한없이 괴롭힘을 당할 때는 강력하게 반격해야 하죠.” 말을 마친 그녀는 그 여자의 뺨을 한 대 때렸다. 강서현은 어릴 때부터 고아원에서 자란데다 몇 년 동안 콩이를 데리고 이리저리 뛰어다녔기 때문에 손 힘이 아주 센 편이었다. 그러자 뺨을 맞은 그녀는 순식간에 머리가 윙해졌다. “이 빌어먹을 여우 같은 게… 남의 남편에게 꼬리를 칠 뿐만 아니라, 감히 나를 때리다니? 지금 당장 네 그 얼굴을 갈기갈기 찢어 놓을 거야. 어디 그 얼굴로 어떻게 남자를 꼬시는지 한 번 두고보자고.” 말을 마치고, 그녀는 마치 굶주린 호랑이가 먹이를 덮치듯 강서현을 향해 돌진했다. 하지만 그녀가 막 강서현의 뺨을 때리려고 할 때, 뒤에서 음산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디 한번 건드릴테면 건드려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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