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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장

차재욱이 어린 아이처럼 흥분에 겨워했다. “응, 네가 하라는 대로만 할게, 얌전히 밥만 먹을게.” 후회한 강서현이 절 쫓아내기라도 할까, 차재욱은 잽싸게 자리에 앉았다. 어쩐 일인지 그는 식사가 이어지는 내내 얌전했다, 이준이 강서현에게 음식을 집어주는 걸 보고도 화를 내지 않는다. 다만 보이지 않는 식탁 아래선 실수인 척 몇 번이나 이준의 발을 즈려밟았다. 이번엔 이준 역시 봐주는 거 없이 그대로 갚아주며 무언의 발길질이 이어졌다. 평화롭기 그지 없는 듯하지만 실은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식사가 끝난 뒤, 강서현이 아이들의 짐이 든 가방을 차재욱에게 건넸다. “애들 데리고 가, 난 할 일 있어서.” 그 말에 일순 심장이 조여오는 차재욱이다. “무슨 일?”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 설마 아이들이 없는 사이, 이준과 한 집에서 지내려는 건가. 그럼 이건 순전히 이준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는 거나 다름없는데? “내 일이야, 너랑 상관없잖아. 넌 애들이나 잘 봐, 주의사항은 이따가 문자로 보내둘게. 다시 한번 말해두는데 애들까지 속이려 들지 마, 그럼 다음은 없어.” 차재욱이 다정한 눈빛을 보내왔다. “잘 못할까 봐 무서운데 너도 같이 가면 안돼? 내가 방 따로 내줄 거니까 걱정 마.” 서현이 가방을 홱 낚아챘다. “그럼 아예 데려가질 마.” 남자가 깜짝 놀라 가방끈을 꽉 붙잡았다. “핑계 대서 초대하려던 건데 아쉽네, 네가 싫다면야 어쩔 수 없지. 먼저 간다, 일 있으면 연락할게.” 콩이를 안은 그가 차현승의 손을 붙잡고 잽싸게 자리를 떴다. 강서현이 말을 바꾸기라도 할까 무서운 모양이다. 차재욱답지 않은 처량한 모습에 차현승이 입매를 비틀었다. “이럴 거면서 그땐 왜 그랬대?” 차재욱이 눈을 부라렸다. “이게 다 너랑 동생한테 제대로 된 가정 만들어주려는 거 아니야. 옆에서 비웃기만 하고 아주 엉덩이 근질거려서 못 참겠지?” 차현승이 대수롭지 않게 피식 웃었다. “그 가정이 엄마를 아프게 하는 거라면 필요 없어. 난 엄마가 행복하길 바랄 뿐이야. 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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