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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장

그 말을 건넬 때 이준의 눈빛은 유난히도 촘촘하고 그윽했다. 가늘게 좁혀진 눈매엔 강서현이 알지 못하는 감정이 섞여있었다. 덩달아 서현의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이준은 늘 오빠 역할을 해주던 이로, 둘 사이엔 단 한 번도 묘한 기류가 흐른 적이 없으니 말이다. 남매처럼, 가족처럼 지내오던 이준의 방금 전 말은 강서현을 얼떨떨하게 만들었다. “그, 그게 무슨 말이야?” 다소 긴장한 듯한 기색에 이준이 머리를 콕 찧었다. “농담 좀 한 거야, 엄마가 닦달해서 미칠 거 같으니까 이번엔 네가 좀 도와줘. 먼저 약혼하고 시름 놓으시게 만들면 결혼은 내가 어떻게든 뒤로 미룰게. 그럼 엄마 입막음도 할 수 있고 차재욱도 더는 너 못살게 굴지 않을 거야. 일석이조잖아, 서로 윈윈하는 거지.” 그제야 힘을 바짝 주고 있던 강서현이 천천히 긴장을 풀었다. “나 때문에 이준 씨 삶에 영향 주진 마, 오빤 이 집안 유일한 손자잖아. 할아버지께선 후계자 낳아주시기만 기다리실 텐데.” 이준이 전혀 개의치 않아하며 픽 웃음을 흘렸다. “고지식한 사람 여기 또 있네, 지금이 어떤 세월인데 아직도 그런 걸 논해? 두 사람이 함께 하는 건 후대를 잇기 위해서라 아니라 서로 사랑해서잖아. 강서현, 난 네가 부담감 안고 살아가길 원치 않아. 넌 행복할 자격이 있다고.” 간신히 입꼬리를 올린 강서현의 미소가 씁쓸하다. 차재욱과의 이혼 뒤 크나큰 타격을 받는 바람에 더는 사랑을 믿지도, 또다시 결혼식장에 발을 들이기도 싫어졌다. 게다가 콩이를 낳을 때 의사가 더는 안 된다고 분명 경고했었지, 다음엔 살리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아이를 낳을 수도 없거니와 마음의 상처마저 깊은 사람이 어떻게 다시 사랑을 할까. 또다시 상처 받는 후과가 뭔지 서현은 너무도 잘 안다. “오빠랑 지연이, 그리고 애들까지 있으면 내 남은 생은 행복할 거야.” 아직 지난 일을 떨쳐내지 못하는 모습에 이준도 더는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대신 그가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리 서현이 이렇게 착한데 하늘이 꽃길만 깔아주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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