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6장
시리도록 차가운 강서현의 시선이 차재욱의 몸에 닿았다.
매몰차게 내던지는 말 만큼이나 그의 가슴도 저려온다.
지금 겪고 있는 모든 건 4년 전 그가 졌던 빚이나 다름 없다.
평생을 가도 갚지 못한 빚.
“그래, 네 말대로 할게. 애들이랑 만나게만 해주면 돼.”
이어지는 두 시간의 비행, 강서현은 차현승에게 문제를 설명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물론 차재욱에겐 눈길 한번 주지 않았고.
잠에 든 콩이를 안고 그가 강서현에게 음료 한 병을 건넸다.
“목 아프지, 이거 마셔. 네가 제일 좋아하는 녹차.”
익숙한 브랜드와 변함 없는 찻잎향.
그리고 그때 그 사람까지.
유일하게 달라진 건 그들의 사이가 예전같지 않다는 점이다.
브리핑을 마치고 돌아올 때면 차재욱은 늘 그녀에게 녹차 한 병을 건넸다.
물론 애정이 묻어나오는 칭찬도 아끼지 않으면서 말이다.
쓴 녹차마저 달콤하게 만들던 그 말들을 다시 돌이켜 보니 저 같은 바보가 어디 있었나 싶다.
몇 개월 내내 공 들였던 프로젝트에 차재욱의 말 몇 마디 얹어지면, 그게 사랑인 줄 알았지.
사랑에 올인한다던 임지연의 말은 괜한 소리가 아니었나 보다.
서현이 다시 그걸 차재욱에게로 밀어냈다.
“미안, 지금은 물만 마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보온병을 꺼내든 그녀는, 남자의 쓸쓸한 눈빛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
그 모습에 깨고소해진 차현승이 눈썹을 삐딱하게 기울였다.
“대표님, 당한 기분이 어떠세요? 아프죠? 그게 맞아요, 그러게 누가 엄마 괴롭히래.”
차재욱이 아이의 머리를 콩 때렸다.
“그래서 되게 깨고소하겠다 넌? 그동안 내가 괜히 애지중지했어.”
이튿날 오전, 올림피아드 경시 대회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차현승은 역시나 1등으로 시험장을 뛰쳐나왔다.
치기 어리고도 오만하던 얼굴에 흥분까지 깃든 아이가 강서현 곁으로 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엄마, 나 분명 국제 대회 자격 따낼 수 있을 거야.”
“진짜? 전국 5위권 안에 들어야 하는 건데? 게다가 넌 2학년 생이 5학년 선배들 그룹에 들어간 거잖아.”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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