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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장

그가 선득한 눈으로 칼을 사과에 찔러넣었다. “사모님 노릇 하려거든 강서현한테 사과해!” 차재욱의 눈빛에 벼려진 진이나는 그 와중에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재욱아, 지금 강서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랑 결혼하겠다는 거야? 걔가 너한테 그렇게 중요해?” 천천히 허리 굽힌 남자가 진이나의 눈을 빤히 쳐다봤다. “네 목숨보다 중요하지. 서현이 위해서라면 내 모든 걸 바칠 수도 있어. 네가 뭘 해야 할지 이젠 알 거야.” 기뻐해야 하나, 슬퍼해야 하나. 결혼을 동의하긴 했지만 더 이상 차재욱의 마음엔 진이나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강서현에게 건넬 사과를 위해 제 혼인마저 불사른다니. 4년이나 질질 끌어왔던 결혼을 말 한마디로 결정지어버렸다. 씁쓸하게 웃은 진이나가 힘겹게 내뱉었다. “그래, 강서현한테 사과할게. 대신 잊지 마, 우리 결혼식은 다음 달 18일이야. 그때 또 미루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차재욱도 굽어들진 않았다. “나도 네가 진짜 생명의 은인이길 바랄게. 너도 날 속인 대가가 뭔지 알 거야.” 미련 없이 멀어지는 뒷모습과 마지막 한마디에 등줄기가 서늘해났다. 절대 차재욱이 흔적을 찾아내게 해선 안돼. 이튿날 아침. 두 아이들을 데리고 차에서 내린 강서현에게로 여교사 둘이 다가왔다. 그들은 동급생 담임들로, 늘 영재반을 이끄는 강서현을 못마땅해한다. “강 선생님, 보상을 200억이나 받으셨다면서요? 그러면서 겨우 몇 백 받는 교사 일은 왜 하세요? 나였으면 집에서 도닝나 세고 있었을 텐데.” “디자인에 일가견 있으신 분이 뭐 하러 이런 데서 일을 하신대? 도안 하나면 우리 교사들 월급 싹 다 합친 정도잖아요. 혹시 다른 의도가 있는 거예요?” “설마 진짜 현승이 아버님한테 작업 거시려는 건 아니죠?” “현승이 담임인데다 보상까지 받았다고 진짜 대표님 인연이라도 된 줄 아나 본데 대표님 다음 달에 진이나 씨랑 결혼하신대요. 그러니까 환상에서 좀 깨라고요.” 득달같이 몰려드는 이들에게도 강서현은 화를 내긴 커녕 무감한 시선을 보냈다. “뭘 드셨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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