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장

여민석은 머리를 돌려버렸다. 그의 말투는 여전히 부드러웠지만, 감정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얼른 가서 쉬어,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고.” 백은서는 조금 실망했다. 이 정도까지 주동적으로 표현을 했는데 어떻게 아무 행동도 하지 않을 수가 있지? 백은서는 애써 괜찮은 척하면서 아파트를 향해 걸어갔다. 그녀는 여민석이 그 자리에서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있을지 궁금해서 몇 초 뒤 뒤돌아봤다. 그러나 차는 이미 시야에서 사라졌다. 백은서는 선 자리에서 주먹을 꽉 쥐었다. 여민석은 진짜 변해버렸다. 마이바흐 속, 여민석은 눈을 감았다. “여씨 별장으로 돌아가.” 서욱은 흠칫하고는 브레이크를 밟고 여씨 별장의 방향으로 차 노선을 비틀었다. 역시나 여씨　별장에는 청소를 하는 정윤지 이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텅 빈 별장에는 인기척이 하나도 없어 으스스했다. 여민석은 소파로 가서 누웠다. 금방 청소를 마친 정윤지는 손을 닦으면서 불안한 말투로 물었다. “그, 여 대표님, 저녁 식사로 무엇을 준비해 드릴까요? 지금 바로 하러 가겠습니다.” “괜찮으니까 마무리하고 퇴근하면 돼요.” 여민석은 담담하게 거절했다. 정윤지는 멈칫했다. 방금까지 나더러 사모님에게 연락을 해보라고 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냥 퇴근하라고? 여민석의 행동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정윤지는 망설임 없이 머리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여 대표님. 저는 이만 퇴근하겠습니다.” 정윤지는 빠른 속도로 정리를 하고 떠났다. 원래부터 조용했던 여씨 별장은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생기를 잃은 듯 텅 빈 성처럼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 소파에 누워있던 여민석은 유소정이 하얗게 질린 낯빛으로 바닥에 앉아 사진을 찍던 걸 거부하던 일이 생각났다. 그녀는 그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여민석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잠이 들었다. 눈 한번 감았더니 새벽 두 시까지 잠들어 버렸다. 캄캄해진 거실을 한참 보고서야 적응이 된 여민석은 불을 켰다. 환한 불빛이 비치니 주위의 외로움도 많이 가셔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배가 고파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