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장

차는 평온하게 길에서 운행되고 있었다. 좁은 차 안에서 차한빈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울렸다. “차 씨, 여 씨, 구 씨네 가문이 대대로 교분이 있다는 걸 알아요?” 유소정은 머리를 끄덕였다. 하지만 차씨 가문이 경영 중점을 바꾼 뒤, 서울에서는 모습을 점점 보기 힘들었다. 일부 사람들은 여, 구 씨네 가문이 대대로 교분이 있다는 거로만 알고 있다. “그럼 말하기 쉬워지네요, 간단히 말할게요.” 차한빈는 애써 마음 편한 척 웃었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지만 어디선가 쓸쓸함도 섞여 있는 것 같았다. “아마 사랑에도 선후 순서 라는 게 있는가 봐요. 분명히 늦게 와버린 건 난데, 그래도 한번 경쟁을 해볼 생각을 했어요. 하늘에서 정한 규칙을 어겨서 이런 좋지 않은 결과를 얻은 것 같네요.” 차한빈은 너무 직설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유소정은 그래도 알아들었다. 사랑에 진짜 선후 순서가 있다면, 왜 그녀에게는 그렇지 않을까? 먼저 여민석을 안 사람도...분명히 그녀인데. 차한빈은 그녀의 좋지 않은 얼굴색을 보고는 괜히 미안한 웃음을 지었다. “미안해요, 괜히 이런 좋지 않은 얘기를 해서. 사실 민석이 마음에도 소정 씨 자리가 있을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3년 동안이나 결혼생활을 했겠어요.” 유소정은 웃음으로 대답을 대체했다. 3년 동안 결혼을 했다고 해도 여민석이랑은 추석날 같은 명절 가족 모임에서나 만나는데, 이런 결혼을 견지 못 할 이유가 뭐가 있겠어? 차 안은 다시 조용해졌고,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차씨 저택에 거의 도착할 즈음, 유소정은 먼저 차에서 내려 차한빈에게 말을 남겼다. “한빈 씨, 내일 조사장님한테서 약재를 받을 사람 한 명 파견해서 이 주소로 보내주세요. 내일 약을 다 만들면 다시 돌아갈게요.” 집 주소는 소정과 안청하가 함께 산 아파트였다. 아파트뿐만 아니라 여씨 별장에도 제약 기계가 있지만, 그녀는 그 차가운 집에 다시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 "알겠어요. 이건 제 연락처고요. 한동안은 국내에서 할머니랑 같이 있을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