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장

“짝!” 유소정은 손을 들어 여민석의 따귀를 쳤다. 힘을 너무 줘서 손바닥이 얼얼했다. 여민석의 입가가 찢어졌다. 그는 혀끝으로 찢어진 구강 벽을 스쳤다. 피비린내가 입안에 펴지자 자기도 모르게 이마가 지끈거리며 눈빛이 어두워진 채 알 수 없는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따귀를 때린 유소정도 얼떨떨해졌다. 그녀가 감히 여민석을 때리다니? 여민석이 손으로 그녀의 가느다란 목을 조르자 유소정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웃으며 말했다. “그런 말을 백은서 씨가 들으면 어떻게 생각할까요?” “백은서에게 말할 생각이야?” 여민석은 손에 힘을 더 줬다. 유소정은 그의 손을 잡고 저항하려 했지만 여민석의 힘이 너무 세서 발버둥도 치지 못했다. “내가, 내가 무슨 자격으로 그러겠어요? 그날 나는 약을 먹어서 그랬다 치더라도 당, 당신도 약 먹었어요?” 그날의 장면이 갑자기 여민석의 머릿속으로 들어간 듯 그는 그녀의 목을 조르던 손을 놓으며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유소정은 땅바닥에 주저앉아 마치 폐까지 뱉어낼 듯 필사적으로 기침을 했다. 조용한 복도는 유소정의 기침 소리 외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가까스로 기침이 멎은 후에야 유소정은 고개를 쳐들고 웃었다. “여민석 씨, 나는 그날 밤 당신과 있었던 일을 따지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당신도 좀 주의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의 여신님에게 당신이 얼마나 더러운지 알게 할지도 몰라요!” 여민석은 유소정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참 말을 재치있게 한다고 생각했다. 그의 가슴에서 왠지 모를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이런 부끄러움과 분노가 뒤섞인 감정을 그는 처음 느꼈다. 특히 눈길이 마주쳤지만 유소정은 시선을 외면하지 않았는데, 이런 시선은 그를 더욱 불편하게 했다. “내일 점심에 할아버지께서 집에 다녀오래.” 여민석은 조심스럽고 덤덤하게 눈을 돌린 후 이 말을 남기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유소정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왜 여민석에게 전해달라고 하셨지? 지쳐서 머릿속이 텅 빈 유소정은 계속 생각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