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4장

"너와는 관계가 없지 않을가?” 여민석은 맞은켠에 서있는 차한빈을 흘끗 보았다. 차한빈은 위스키 한 잔을 따라 손에 들고 살살 흔들었고 투명한 유리잔 속에서 황금빛 술이 흔들리는 모습이 마치 여기에 있는 환락의 남녀들 같았다. 그는 독한 술을 한입에 들이키더니 웃으며 말했다.” “어쩌려는 속셈인지는 정혁이 갔다 온 후 결과를 보면 알 수 있겠지. 근데... 너희 여씨 가문 사람들은 항상 이렇게 눈치 없고 뻔뻔해?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게 습관 되었나 봐?” 차한빈이 한마디씩 말할 때마다 여민석의 새까만 눈동자는 반짝이며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다른 몇몇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비록 같은 무리의 사람들이지만, 그들과 여민석의 사이는 구정혁만큼 친하지 않았다. "차한빈, 이건 아닌 거 같아. 고모님이 하는 일이 여민석과 무슨 상관이야?” 손사랑은 화가 나서 일어나 차한빈의 옆으로 가서 앉아 여민석을 바라보는보는 그의 시선을 가렸다. 차한빈은 고개를 돌려 손사랑을 바라보며 조용히 웃었다. “그럼, 우리가 CCTV를 돌려보면 되겠네, 고모님이 도대체 무얼 하시는지!” "그건..." 손사랑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여민석 쪽으로 돌렸다. 이것은 그들 여씨가문의 일이다. 여진화는 줄곧 오만방자하게 행동해 왔지만, 선을 넘은 적은 없었는데 지금 갑자기 구정혁을 좋아하게 되니 정말 기괴하게 느껴졌다. 잠자코 있던 주현준이 갑자기 온화한 말투로 말했다. “나는 괜찮다고 생각해, 만약 고모님이 그러지 않았다면 한빈은 사과할 준비해.” "당연하지.” 차한빈 겸손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허지연은 강 건너 불구경하며 즉시 티브이를 틀었고, 티브이 스크린에는 화장실 CCTV 화면이 재생되고 있다. 화장실 입구. 구정혁은 여진화의 품에 안겼고 그녀는 얼굴을 들고 입술을 내밀며 구정혁의 입술에 키스했다. 주꾸미처럼 안겨있는 구정혁의 얼굴은 굳어버렸고 그는 여진화가 자기 얼굴을 다치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는 여진화를 양손으로 제지하고 눈쌀을 찌푸리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