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4장
여민석은 ‘수아’ 두 글자를 듣자 호흡이 헉 멈췄다. 잘생긴 얼굴이 섬뜩할 정도로 굳었다. 폭풍전야였다.
유소정은 속으로 조금은 기대했다. 만약 그저 수아 때문이라면… 자신에게도 완전히 승산이 없는 건 아니지 않은가?
“이미 싫어하는 사람과 지내고 있는데 왜 굳이 싫어하는 또 다른 사람과 함께 해야 하는 건데?”
여민석은 차가운 목소리로 반문했다.
입술을 꾹 다문 유소정은 입꼬리를 올려 미소를 지으려 했지만 이미 모든 용기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녀의 용기는 방금 전 질문에 전부 소진되고 만 것이다.
여민석은 다른 사람이 자신의 속내를 맞추는 게 싫었다. 게다가 백은서는 수아라는 이름을 싫어했지만 자신은 좋아했다.
그 이름만 떠올리면 그는 인상 속의 온화하고 긍정적인 여자애가 학교 폭력 앞에서 절대 고개 숙이지 않고 싸워 이기지 못한다면 머리를 쓰던 것이 떠올랐다.
그건 어렸을 적의 백은서였고 그의 평생의 빛이었다.
“당신이 수아를 어떻게 알아?”
아름다운 기억에 잠시 젖어 들었던 여민석은 별안간 번뜩 정신을 차리더니 경계 어린 눈빛으로 유소정을 쳐다봤다.
여민석이 무슨생각을 하는 지 알 수 없었던 유소정은 그의 질문에 어물쩍 대답했다.
“술 취한 그날에 계속 수아라는 이름 중얼거리더라고.”
여민석의 훑어보는 시선을 마주한 유소정은 시선을 피하기는커녕 따져 보는 그의 눈빛과 시선을 마주했다.
확실히 여소정에게 다른 마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여민석은 그제야 시선을 거두었다.
“내가 방금 한 말 어떻게 생각해?”
“나에게 더 나은 선택지가 있나?”
유소정은 속이 시리기만 했다. 여민석에게만이 아니라 유씨 가문에 대한 무력감도 있었다.
만약 자신이 의지할 곳 하나 없는 고아라면 심지어 부모님이 농민이었다면 이 지경까지 와서 더 나은 선택지 하나 없는 상황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었다.
코웃음을 친 여민석의 차가운 목소리가 다시 한번 울렸다.
“그때가 되면 이혼 협의서에 몸만 나가게 하지 않을 거야. 백지 수표 줄 테니 원하는 만큼 적어.”
“마음대로? 그럼 몇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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