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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장

“이리 내” 긴 다리로 휘적휘적 다가온 여민석은 유소정의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유소정은 손을 등 뒤로 돌린 채 얼굴은 하얗게 질려서 피곤에 전 얼굴로 그를 노려봤다. “이건 부원장님이 저에게 준 거야. 여민석, 당신이 빼앗을 권리는 없어.” “그래서 초대장 하나에 그렇게 넘어간 거야?” 여민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왠지 속이 답답했다. 전에 자신에게 부탁하면 무엇이든 다 들어준다고 하지 않았던가? 유소정은 고집스레 초대장을 숨긴 뒤 턱을 치켜들고는 조용히 그를 쳐다봤다. 그 초대장은 그에게 있어선 손짓 한 번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가져다줄 것이었다. 심지어는 백은서를 위해 양사원을 초대할 수 있을 정도로 그에게는 식은 죽 먹기인 일이었다. 하지만 유소정은 달랐다. 여민석은 유소정의 대답을 기다렸다. 하지만 침묵한 채 속상해하는 모습은 마치 커다란 해머라도 된 듯 그의 가슴을 세게 내려쳐 갑갑하고 괴로워졌다. “당신….” “민석아.” 두 사람의 등 뒤로 울먹이는 백은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민석은 유소정을 향하던 시선을 돌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백은서를 쳐다봤다. 날카롭던 이목구비가 순식간에 부드러워졌다. 직접 그의 변화를 목격한 유소정은 입꼬리에 차가운 미소를 내걸고 있었지만 속은 시큰하게 아파졌다. 하지만 지금은 여기서 슬퍼할 겨를이 없어 초대장을 가진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이곳을 떠났다. “괜찮아?” 다정하게 묻는 여민석의 표정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백은서의 창백한 얼굴에 고통이 스치더니 여민석에게 다가가 어깨에 고개를 파묻은 채 울먹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행동에 여민석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무의식적으로 한 걸음 물러서더니 거리를 벌리며 저도 모르게 유소정이 있는 쪽을 쳐다봤다. 다만 유소정은 이미 떠나고 없었다. “민석아? 너도 내가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래서 나랑도 같이 있기 싫어하는 거야?” 백은서는 고통스러운 얼굴로 잘생긴 그의 얼굴을 쳐다봤다. ‘왜 일부러 거리를 유지하는 거야?’ ‘유소정 때문인가?’ 유소정이 수술실에서 자신보다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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