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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장

“울, 울지 마.” 여민석은 온몸이 굳어버렸다. 그는 꼭 잡고 있던 그녀를 놓아준 뒤,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유소정은 코를 훌쩍이더니, 눈물을 꾹 참고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어젯밤에 취객을 만났는데 나를 자신의 바람피운 전 여자친구로 오해해서 이렇게 나한테 해코지했어.” 차분한 목소리는 마치 다른 사람에게 일어난 일을 묘사하는 것 같았다. “왜 나한테 전화하지 않았어?” 여민석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비난이 담긴 말투로 말했다. 만약 그녀가 제때에 그에게 전화를 했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고 보장할 수 있나? 유소정은 잔잔한 눈빛으로 여민석을 빤히 응시했다. 그녀는 비록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우수에 젖은 아름다운 두 눈은 여민석에게 많은 속마음을 전할 수 있었다. 조롱과 비아냥거림, 그리고 무엇보다 바로 말했으면 여민석이 믿기나 했을까? 여민석은 유소정의 착잡한 눈빛에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런데도 그는 사과 한마디조차 하지 못했다. 원래 널찍했던 뒷좌석은 두 사람의 침묵으로 인해 서로의 심장박동 소리와 숨소리까지 훤히 들릴 정도로 공간이 한껏 좁아진 듯했다. 유소정은 먼저 시선을 돌려, 멀어져가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어젯밤, 여민석에게 전화했을 때 첫 번째 전화는 받지 않았고 두 번째 전화 했을 땐 휴대폰 전원이 꺼져있었다. 그게 여민석이 그녀에게 간접적으로 그와 백은서의 시간을 방해하지 말아달라는 뜻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더군다나, 설령 여민석에게 전화를 했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여민석은 지금까지 유소정의 말을 한 번도 믿지 않았었다. “대표님, 도착했습니다.” 서욱의 목소리가 칸막이 앞에서 들려왔다. 유소정은 목도리를 챙겨 다시 목을 감쌌다. “먼저 들어가. 난 화장실 좀 다녀올게.” 그녀는 눈물 자국이 가득한 얼굴로 여태식 앞에 나타날 수 없었다. 여민석은 가냘픈 몸매에도 꿋꿋한 빛을 뿜어내는 그녀의 모습에 단숨에 빠져들었다. 옆문으로 고용인들이 쓰는 화장실에 들어가 허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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