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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장

전연석은 전씨 가문을 일으킨 장본인으로서 40세도 안 되는 나이에 외국에서 이중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까지 따낸 엘리트 중의 엘리트였다. 각진 사각 턱이 다소 엄숙해 보였지만 웃을 때는 세상 순하고 부드러워 보였다. 섬길 부모도 챙겨야 할 자식도 없었는지라 여태식은 전역석을 여진화의 남편감으로 아주 흡족하게 보고 있었다. 온 서울의 젊은 남자란 남자는 여진화가 질색을 했기에 좋은 사위를 얻으려면 나이가 좀 많은 사람 중에서 찾아야만 했다. 더구나 독신에 바른 생활 습관을 가진 남자를 찾기란 더더욱 하늘의 별 따기였다. “유소정! 내 말이 말 같지 않아?” 전연석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유소정을 보자 가슴속에서 천불이 인 여민석이 언성을 높였다. 남편이 있는 여자가 남편이 보는 앞에서 뻔뻔스럽게 다른 남자와 얘기를 하지 않겠는가, 끊임없이 새로운 남자와 웃고 떠들지 않겠는가... 게다가 연령대도 가리지 않고 모든 연령대의 남자와 시시덕거리곤 했다. 남자에 이렇게 목말라하는 그녀가 여민석은 당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유소정은 이런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를 쳐다도 보지 않고 있었다. “먼저 나가서 잠시 기다리고 있어. 이따가 얘기해.” 미소를 머금고 있는 얼굴과 달리 목소리는 시리도록 차가웠다. “꽈당!” 여민석이 그녀를 잡아당겼을 때 그녀의 팔꿈치가 은침 상자를 건드리게 되면서 안의 은침들이 쏟아져 나오며 큰 소리가 났다. 전연석이 눈살을 찌푸리며 여민석을 향해 뭐라 하려고 하자 유소정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대표님, 5분 뒤에 혼자 침을 빼시면 되세요. 비용은 카카오톡으로 보내주시고요. 초기에는 되도록 하루에 한 번씩 침을 맞는 게 좋아요. 내일 아침 일찍...” 그녀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여민석은 그녀의 팔을 잡고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내일 회사에 찾아뵐게요!” 밖으로 끌려나간 유소정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녀는 손에 쥐고 있던 은침을 꺼내 그의 합곡혈을 찔렀다. 따끔한 고통에 여민석은 유소정의 손을 뿌리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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