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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장

송수아가 아파트에 도착했을 때 밖은 텅 비어 있었다. 방으로 뛰어 들어가니 구석에서 벌벌 떨고 있는 허민준이 보였다. 허민준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송수아의 품에 안겨 눈물을 글썽거렸다. “수아야, 너 왔구나. 나 무서워...” 송수아는 허민준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괜찮아, 이미 갔어.” 그녀의 허리를 껴안고 흐느끼는 허민준의 모습은 애처로워 보였다. 송수아가 한참을 달래서야 허민준은 마음을 가라앉혔다. 송수아가 손목을 들어 시계를 보니 벌써 새벽이 되었다. 혼자 집에 있는 박시원을 생각하며 송수아는 왠지 마음이 혼란스러워졌다. 그녀는 허민준을 침대에 눕힌 후 조용히 말했다. “잘 쉬고 있어. 나는 먼저 시원이 보러 갈게.” 허민준은 그녀의 손을 덥석 잡으며 또 눈물을 글썽거렸다. “수아야, 그 나쁜 여자가 언제 돌아올지 몰라. 나 너무 두려우니 오늘 밤 같이 있어 주면 안 돼...” 송수아는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허민준이 울며 애교를 부리자 경호원을 먼저 돌려보내고는 그의 곁에 머물렀다. 마침 수술대에 있던 박시원은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민준의 전처가 또 찾아와 행패를 부렸어. 민준의 안전을 위해 내가 여기 남아서 며칠 함께 있다가 돌아갈게.” 박시원은 여전히 따지지 않는 듯 부드럽고 차분하게 말했다. “서두르지 않아도 돼. 민준 씨를 잘 위로해줘.” 송수아가 어리둥절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를 때 전화는 이미 끊어졌다. 일주일 후 허민준이 안전하다고 생각된 송수아는 그제야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들어서자 마침 담요를 덮고 햇볕을 쬐고 있는 박시원을 본 그녀는 다가가서 작은 선물 박스를 건네주었다. “최근에 다른 일로 당신을 소홀히 대했어. 이건 당신에게 주는 선물이야.” 박시원은 선물을 건네받았지만 눈빛이 어두워졌다. 송수아가 준 선물은 증정품이기 때문이다. 정품은 어제 허민준이 자랑하며 사진을 보내왔다. 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받아서는 한쪽에 놓아두었다. 이렇게 평온한 박시원을 보며 송수아는 뭔가 수상하다고 느꼈지만 구체적으로 짚어낼 수 없었고, 이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묘한 기분은 그녀의 마음속에서 반복됐다. 송수아는 떠나지 않고 오히려 그의 옆에 앉아 천천히 말했다. “다음 주말이면 우리가 결혼한 지 5주년이 되는 기념일이야. 이참에 예전에 못 했던 결혼식을 올리자.” 박시원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며칠 동안 자신이 받은 억울함을 달래기 위해 결혼식을 언급했지만 그녀의 눈빛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차분했으며 마치 아무 상관없는 일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예전 같았으면 그는 마음이 씁쓸해졌을 것이다. 그 쓴 맛은 마치 커다란 먹장구름처럼 온몸에 뒤덮여 떨쳐버릴 수 없지만 이젠 그의 마음은 고요한 호수처럼 아무런 미동이 없었다. 마치 마음속에 세워진 커다란 담벼락이 비바람을 막아준 것 같았다. 그가 반대하지 않자 송수아는 프랑스에서 디자이너를 요청해 그에게 턱시도를 맞춰주었다. 태블릿으로 다양한 드레스를 보며 박시원은 저도 모르게 오래전을 떠올렸다. 그때 서둘러 결혼하며 그들은 혼인 신고만 했다. 결혼식을 올리려다가 허민준이 미친 전처에게 맞았다는 전화를 받고 송수아는 그날 밤에 출국했다. 그 후 허민준의 일 때문에 항상 미루다 보니 아직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다. 지금 그녀가 결혼식을 다시 치르자고 했지만 박시원은 기뻐할 수 없었다. 곧 이혼할 텐데 무엇을 하든 이미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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