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장
박시원은 피식 웃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떠날 때 송민호는 두툼한 돈 봉투를 주며 그가 이 집에 갓 왔을 때와 같은 말을 했다.
“시원아, 무사해야 해.”
박시원의 눈시울은 다시 붉어졌다.
문이 열렸을 때 문 앞에 앉아있던 송수아가 벌떡 일어나 그의 붉어진 눈시울을 보며 걱정했다.
송수아가 말하기도 전에 안에서 엄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아야, 들어와.”
방문이 다시 굳게 닫혔다.
“할아버지.”
송수아가 옆에 앉으려고 하자 송민호는 얼굴이 굳어졌다.
“앉긴 뭘 앉아. 무릎 꿇어!”
송수아는 감히 대꾸하지 못하고 할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었다.
송민호는 몸을 곧게 펴고 앉으며 그녀를 내려다봤다.
“너와 시원이가 이혼한 일은 나도 진작 알고 있었어.”
“할아버지?”
송수아는 의아해하며 고개를 들어 송민호를 바라봤다.
“아셨어요?”
“네 아버지가 결혼할 때와 똑같은 짓이야.”
다만 그때 송우진과 홍지민 사이에 약간의 오해가 있었을 뿐이고 게다가 송우진이 제때 해명했기 때문에 두 사람은 비로소 화해했다.
송수아는 박시원을 5년 동안 괴롭혔다.
“시원이를 좋아하지 않으면 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 시원이가 상처받고 떠난 후에야 후회하며 마음을 되돌리려고 하다니. 너 참 꿈도 야무져.”
송수아는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몰려들어 심장이 세차게 뛰었는데 마치 소중한 무언가가 마음속 깊은 곳에서 날아가는 것 같았다.
“넌 5년 동안 시원을 배신했고 각방을 썼어. 지금은 그저 상처를 조금 입었고 억울함을 당했을 뿐인데 무슨 근거로 그 사람 마음을 되돌릴 수 있다고 생각해? 시원은 착한 아이야. 너와 재결합해서는 안 돼.”
“아니, 아니에요. 할아버지.”
송수아는 당황해서 설명했다.
“제가 잘못한 걸 알았어요. 저는 진심으로 만회하고 싶어요. 시원이를 정말 사랑해요...”
“송수아.”
송민호는 처음으로 진지하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너무 늦었어. 다 너의 잘못이야. 난 이미 결정했고 너의 엄마 아빠에게도 말했어. 난 시원이를 양손자로, 너의 부모님은 양아들로 삼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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