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장
신다정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자리를 떴다. 서찬미는 박시언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시언 씨, 다정 언니가 잠시 화가 나서 한 말이에요. 진담으로 받아들이지 마세요. 그리고 화내지 마세요.”
박시언은 아무런 표정 없이 손을 뺐다.
텅 빈 손바닥을 본 서찬미는 저도 모르게 멍해졌다.
박시언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회사에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집에서 공부 열심히 하고 필요한 게 있으면 유씨 아주머니에게 말해.”
“시언...”
서찬미는 박시언을 부르려고 했지만 그는 이미 자리를 떴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유씨 아주머니는 바닥을 쓸며 저도 모르게 서찬미를 향해 콧방귀를 뀌었다.
부부 싸움에 본인이 안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니!
유씨 아주머니의 표정을 본 서찬미는 순간 부끄러움과 분노를 금치 못했다.
신다정은 학교 건너편 아파트로 돌아왔다. 오전에 강금희와 이미 같이 와 있었다.
강금희는 흥분하듯 말했다.
“정말 박시언에게 이혼 얘기를 했어? 박시언이 승낙했다고?
신다정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
“아무 말 하지 않았어.”
“말 안 한 건 묵인이야! 이렇게 해, 내가 즉시 내 명의로 된 변호사를 불러 이혼 합의서를 작성해달라고 할게. 몇백억의 자산을 잘 나눠서 쓰레기 같은 그 남자를 쫓아내자고!”
강금희는 말을 할수록 흥분했다. 신다정을 당장이라도 로펌으로 끌고 가지 못하는 게 애가 탈 뿐이었다.
신다정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이 결혼 아직 무를 수 없어.”
“왜?”
멍해진 강금희를 보고 신다정이 말했다.
“이혼할 수 있었다면 박시언은 진작 나와 이혼했을 거야. 내가 말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겠지?”
“그건 그래.”
강금희는 답답한 듯 물었다.
“그럼 왜...”
“이익과 연관된 결혼이야. 양가는 워낙 얽히고설킨 관계이기도 해. 신씨 집안과 박씨 집안은 서로 이용하기 위해 당분간은 사이가 틀어져서는 안 돼. 게다가 어르신은 오롯이 나만 손자며느리로 삼았어. 박시언이 서찬미 하나 때문에 나와 이혼하는 거 허락하지 않으실 거야.”
신다정은 이를 잘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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