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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3장

“일이 있어서 이만 먼저 가보겠습니다.” 문 비서는 돌아서서 호텔을 나섰다. 김영수는 신다정에게 다가가 말했다. “두 사람...” “어떤 관계라고 생각하는데요?” “어떤 관계든 도망가려고 하는 것이 아니면 돼.” “그럴 리가요?” 신다정이 말했다. “내가 도망치려 했다면 어젯밤에 도망쳤겠죠. 왜 지금까지 기다렸겠어요.” “내 앞에서 멍청한 척할 필요 없어. 도망갈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도망치지 않은 거잖아.” 눈앞의 김영수를 바라보는 신다정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조금씩 사라졌다. 김영수가 조금만 머리를 써도 그날 밤 신다정이 그에게 돌아온 이유를 금세 알 수 있었다. 김영수가 인상을 찌푸렸다. “긴장할 필요 없어. 본인만 잘 알고 있으면 되니까. 무슨 이유에서든지 돌아오기만 하면 돼.” “내게 뭐가 특별한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이렇게 빠져들다니, 설마... 김 대표님이 저에게 관심이 있으신 건 아니죠?” 신다정의 눈웃음은 마치 구부러진 초승달처럼 능글능글했다. 김영수는 손을 뻗어 신다정의 턱을 움켜쥐더니 좌우를 둘러보면서 말했다. “이렇게 예쁜 얼굴에 자아도취에 빠진 뇌가 박혀있는지.” 김영수는 신다정을 놓아주며 담담히 말했다. “오늘 밤 내 방에 가서 기다려. 할 말이 있으니까.” 김영수가 밤에 자신을 따로 만나려 한다는 사실에 신다정은 순간적으로 경계했다. 정신을 차렸을 때 김영수는 이미 엘리베이터로 들어간 뒤였다. “신다정 씨, 김 대표가 원하는 물건입니다.” 옆에 있던 종업원이 신다정의 손에 물건을 쥐여주며 수줍게 웃었다. 신다정이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숙였다. 손에 든 것은 뜻밖에도 피임약 한 통이었다. 신다정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김영수... 피임약이 왜 필요한 것일까? 신다정은 웨이터를 급히 불렀다. “김, 김 대표님이 원하는 게 진짜 이것이에요?” “김 대표가 직접 보내라고 지시한 겁니다.” 김영수가 그렇게 얄팍한 사람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던 자신이 후회스러웠다. 김영수 피상적일 뿐만 아니라 그리고 색기도 넘치는 사람이다. 신다정은 아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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