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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5장

“아니야, 어디에도 가고 싶지 않아.” 신다정은 고빈을 쳐다보지 않았다. 그녀에게 혼자의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은 너무 힘들어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을 감당해낼 수 없었다. 밖에 눈이 내리고 있어 고빈이 신다정을 위해 우산을 들고 눈보라를 막아줬다. 차에 오른 신다정은 창가에 기댄 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백씨 저택 정원 안. 지태준은 소파에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반지훈과 강금희는 지태준의 휴대전화가 불통이 날 정도로 전화를 걸었지만 지태준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날이 어두워질 때쯤, 강금희가 백씨 저택 대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지태준! 이 자식!” 강금희가 지태준의 얼굴을 후려치며 화를 냈다. “왜 우리 전화를 안 받는 거야!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모른다고 하지 마! 모른다는 말을 듣자고 반지훈과 해성에서 여기까지 온 게 아니니까!” “금희야! 진정해...” “진정하긴 뭘 진정해!” 강금희가 노기등등하게 말했다.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 마. 태준이가 무슨 병인지 너도 알고 있었잖아!” “나... 나는 다 나은 줄 알았어...” 반지훈은 강금희 앞에서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강금희가 지태준을 돌아보며 말했다. “태준아, 난 항상 널 친동생으로 생각했어. 내가 네 친누나는 아니지만 나도 지씨 가문 식구야. 이렇게 중요한 일을 왜 나에게 미리 말하지 않은 건데? 나에게 숨기는 것도 모자라 다정이에게까지 숨긴 거야? 이런 일이 터지면 회사는 물론이고 너희 두 사람의 감정도...” “이미 떠났어.” 강금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지태준이 손바닥에 있는 반지를 펼쳐 보이며 말했다. “고빈과 같이 갔어.” 신다정이 떠났다는 말에 강금희는 침묵했다. 지태준보다 신다정을 더 늦게 알게 되었지만 신다정이 감정적인 부분에서 얼마나 조심하는지 강금희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지태준이 병을 숨긴다는 것은 어쩌면 결혼 후 커밍아웃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남편이 결혼 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남자라면 그 어떤 여자도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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