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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4장

고빈의 전화를 본 신다정은 잠시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았다. 전화기 너머의 고빈은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괜찮아?” “괜찮아.” 신다정은 덤덤하게 세 글자만 내뱉었지만 목소리는 쉬어 있었다. 오늘 그녀는 하루 종일 넋이 나간 듯 침대에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집 앞이야.” 고빈의 말에 순간 어리둥절해진 신다정은 침대에서 천천히 내려와 창문 옆으로 걸어갔다. 커튼 한 귀퉁이를 살짝 여니 아니나 다를까 고빈이 밖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깔끔하게 흰색 셔츠를 입고 있는 고빈은 혹시라도 사람들이 알아볼까 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고빈이 말했다. “여기에 있고 싶지 않으면 내가 다른 데로 데려가 줄게.” “응.” 주저하지 않고 대답한 뒤 전화를 끊은 신다정은 눈빛이 순간 어두워졌다. 문밖에서 한참을 기다리던 지태준은 문을 여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다정아, 내 말 좀 들어줘...” “지태준 씨, 길 막지 마.” 신다정의 말투는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지태준 씨’라는 호칭에 지태준의 얼굴이 굳어졌다. 신다정은 한 번도 이렇게 낯선 말투로 그를 부른 적이 없었다. “뭐... 뭐라고 부른 거야?” “지태준 씨.” 신다정은 눈앞의 지태준을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 “전에 말했지? 나는 그 어떤 감정도 믿지 않는다고. 언젠가 당신이 나를 속인다면 나는 가차 없이 떠날 거라고.” “다정아, 일부러 숨긴 게 아니야. 내 말 좀 들어줘...” “비켜!” 신다정은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고 말했다. 지태준 또한 그녀가 지금 이 순간 얼마나 그를 증오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신다정이 언젠가 이런 눈빛으로 자신을 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지태준, 날 사랑한다고? 그럼 매일 밤 나를 안고 있을 때 무슨 생각을 했는데? 나에게 키스할 때 어떤 표정을 지을 건지 생각한 거야? 아니면 쉽게 속는 여자라고 비웃은 거야?” “그런 적 없어. 난 정말...” “그만해.” 다시 냉정함을 되찾은 신다정이 말했다. “우리 당분간은 만나지 말고 시간 좀 갖자.”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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