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5장

이 말을 들은 신다정은 유민아의 배짱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성곤이 어떤 신분인가? 아마 아무도 감히 그의 앞에서 이렇게 날뛰지 못할 것이다. “여섯 분, 우리 허씨 가문에서 어떻게 손님 대접을 하는지 보고 싶으십니까?” 허성곤은 눈을 치켜들었다. 눈빛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었고 얼굴에는 옅은 웃음이 가득했지만 그 말은 사람들을 섬뜩하게 했다. 갑자기 검은 옷차림의 경호원 몇 명이 앞으로 나와 두 가족 사람들의 팔을 잡고 억지로 밖으로 끌고 갔다. 유민아는 신은 하이힐마저 떨어뜨리며 발버둥 쳤다. “놔! 뭐 하는 거야, 너희들! 이거 안 놔?” 이윽고 홀 전체가 조용해졌다. 이런 해프닝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듯했다. “여러분, 부끄럽습니다.” 허성곤의 목소리는 다시 온화해졌다. 조금 전의 차가움은 더 이상 없었다. 신다정은 저도 모르게 허성곤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생에 허성곤을 접할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 생에 허성곤의 모습을 보니 허씨 가문이 왜 허성곤의 수중에 있고 가업이 몇 배나 늘었는지 알게 되었다. 이런 남자는 정말 종잡을 수 없다. 종잡을 수 없는 남자가 가장 무섭다. “지 도련님, 잠깐 말씀 좀 여쭙겠습니다.” 허성곤의 시선은 지태준에게로 향했다. 강금희는 신다정의 귓가에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허성곤은 어려서부터 어른스러웠어.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지만 몇 마디 나눈 적은 없거든.” “지태준과 허성곤의 사이가 좋아?” “글쎄. 나도 잘 모르겠어.” 여기까지 말한 강금희는 유민아가 허씨 집안 연회에서 소란을 피운 것을 떠올리며 불만 섞인 오조로 말했다. “태준이도 참, 아까 이렇게 난리가 났잖아. 반지훈도 나서서 말하는데 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말이야! 남의 일처럼!” 이래서야 어떻게 여자의 마음을 얻을 수 있겠냐 말이다! “아마 연극을 보는 줄 알았을 거예요.” 신다정은 자신도 모르게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지태준은 방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마 오늘 일은 그녀가 계획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만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