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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4장

허성곤은 입맛이 뚝 떨어진 듯 손에 든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청산아, 음식을 위층으로 가져다줘. 거실에 사람이 많아서 먹기 힘드네.” “예, 대표님.” 그 말을 들은 반지훈은 어리둥절했다. “아니, 음식을 위층으로 가져가면 우리는 뭘 먹으란 말이에요!” “반 대표님과 강 대표님은 포시즌스 호텔에서 이미 다 먹지 않았나요? 두 번씩이나 저녁 먹을 배도 없을 것 같은데.” 강금희와 단둘이 데이트를 즐겼다는 사실이 들통나자 반지훈의 얼굴은 이내 시뻘게졌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화가 잔뜩 난 모습으로 2층으로 올라갔다. 그 모습을 본 강금희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휘파람을 불며 위층으로 향했다. 배연화와 배성유는 그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무슨 상황이지? 왜 기분이 나쁜 것이지? 허성곤이 위층으로 올라가자 신다정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니나 다를까, 일이 그렇게 순조롭지는 않다. 신다정의 주눅이 든 모습에 지태준은 그제야 한마디 물었다. “허 대표를 건드렸어?” 신다정은 오늘 낮에 있었던 일과를 간략하게 설명한 후 한마디 결론을 내렸다. “정확히 말하면 허 대표 앞에서 주저앉을 뻔했어.” 그 말을 들은 지태준은 이마를 짚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허성곤은 확실히 뒤끝이 있는 사람이다. 겉으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나중에 몇 번이나 트집을 잡을지 모른다. 어쨌든 허성곤은 웃음 속에 칼을 감추고 있는 사람이다. 겉으로는 온화하고 우아해 보이지만 사실 머릿속에 나쁜 생각들이 가득하다. “내가 가서 잘 얘기할 테니 걱정하지 마.” 지태준의 말을 듣고 나서야 신다정은 비로소 안도할 수 있었다. 강금희의 말처럼 허씨 가문에서 그 누구도 허성곤의 뜻을 거스른 적이 없다. 허씨 가문뿐만 아니라 해성에서도 그 누구도 감히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다. 허성곤이 너무 줏대가 있다고 해야 할지, 외로움에 길들었다고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신다정은 허성곤에게 약을 먹인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이튿날 아침, 일찍 눈을 뜬 신다정은 선착장 쪽에서 소식이 온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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