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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장 김씨 가문의 사람이 진희원을 얕보다

“네가 시우를 구한 사람을 알고 있으니 일단 선물을 사서 보내.” 윤성훈은 가볍게 기침을 몇 번 했고 시선은 강시원에게 떨어졌다. 그 눈빛은 물처럼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었다. “며칠 후에 시우를 데리고 직접 찾아갈 거야.” 강시원은 그의 눈빛에 놀라 식은땀을 흘렸고 대표님의 눈을 감히 쳐다보지 못하고 급히 대답했다. “네, 대표님!” 강시원은 진희원을 찾기 쉽다고 생각했다. 김씨 가문과의 관계가 있기 때문에 그녀가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강시원의 착각이었다. 그는 지금 진희원이 김씨 가문 사람들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어쨌든 재수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씨 가문의 사람이 하필이면 지금 제 발로 찾아왔다. 진희원이 남자아이를 데려다준 후 자전거를 타고 돌아가려는 찰나 갑자기 옆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가 왜 여기에 있어?” 그 사람은 그녀의 양어머니 이윤아였다. 그녀의 말투에는 불쾌한 기색이 가득 배어 있었고 심지어는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것조차 귀찮았다. 진희원이 고개를 돌리자 멀지 않은 곳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서 있었다. 그녀의 양아버지 김성한 외에 이씨 가문 친척들도 있었고 별들에게 에워싸인 달처럼 그들이 데려온 김혜주도 있었다. 김혜주는 노인을 부축하고 있었고 웃으며 귓속말로 무언가 속삭였다. 그 노인은 김혜주가 아주 마음에 드는 듯 가볍게 그녀의 손을 두드렸고 우아하고 인자한 분위기를 풍겼다. 이윤아는 뒤에 있는 사람들에게 그녀를 보이고 싶지 않은 듯 몸을 돌려 그녀를 막으며 물었다. “왜 여기에 있냐고 묻잖아.” 이윤아는 최대한 짜증을 감추려고 했지만 그녀의 말투는 그렇지 못했다. “진희원, 어제 우리가 분명히 얘기했잖아. 네 친부모님들은 시골에 있다고. 그런데 친부모님 찾아가지 않고 왜 우리 따라 KS 호텔에 온 거야!” 그녀는 진희원이 그들을 따라온 것이라고 생각했고 몰래 그들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줄 알았다. “200만 원이 부족하다면 내가 돌아가서 더 줄게.” 말을 하던 이윤아의 눈빛이 맞은 편의 진희원 몸에 떨어졌다. 소녀는 평범한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고 생얼에 헐렁헐렁한 백팩을 메고 있었다. 김씨 가문을 떠난 그녀가 왜 이런 꼴로 다니는지, 가난하다고 자랑이라도 하는 것인지 이윤아는 그녀가 이해되지 않았다. 이윤아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목소리를 낮췄다. “시골 내려가기 싫은 거 알아. 부유한 생활에 익숙해졌겠지만 우리는 널 키울 의무가 없어. 여기 1,000만 원 들어 있으니 이거 갖고 얼른 가.” 다급하게 그녀와의 관계를 끊어내려는 이윤아의 모습을 지켜보던 진희원은 한 손으로 손잡이를 받치고 나른하게 눈꺼풀을 몇 번 쓸어내렸고 막 입을 열려는 찰나 누군가 그녀의 말을 끊었다. “윤아야, 누구니? 아는 사람이야?” 백발의 노인이 다가오며 의아한 눈빛으로 진희원을 훑어봤다. 그러자 이윤아는 다급히 말했다. “먼 친척이에요. 우연히 만났는데 어린 나이에 안쓰러워서 도와주려고요.” “그래.” 노인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김혜주를 보며 말했다. “혜주도 널 닮았는지 마음씨가 착해.” 김혜주는 순진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우물쭈물하다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부드럽게 눈을 내리깔았다. “엄마가 항상 다른 사람을 도와줘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이것도 의사의 근본이라고요.” “맞아.” 노인은 칭찬의 말을 늘어놓다 손을 내밀어 김성한을 가리켰다. “자네가 복이 있어 좋은 딸을 낳았어.” 김성한은 진희원의 신분을 밝혀야 할지 고민하다 노인의 말에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혜주가 잘 배운 거죠.” 저 가짜처럼 눈치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김성한은 다가와 이윤아에게 말했다. “여기는 내가 있을 테니 먼저 들어가. 친척 일로 신경 쓰지 말고.” 그러자 이윤아는 진희원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희원이도 힘들 텐데 잘 타일러 주세요.” 그녀는 겉으로는 불쌍한 척했지만 눈에는 네가 있을 곳이 아니니 당장 떠나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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