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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7장 벌을 받아 마땅한 사람

노인은 조급해졌다. 그녀는 손주를 안고 앞으로 나서며 사정했다. “정윤 씨, 말 좀 해줘. 내 며느리가 어떤 사람인지 알잖아. 원래 말을 막 하는 애라서 그래. 악의는 없어.” “그래도 내가 평소에는 꽤 잘 대해줬잖아. 그러니까 그걸 봐서라도...” 이때 조동현이 입을 열었다. “아뇨.” “어르신, 우리는 예은이를 대신해서 누군가를 용서할 수 없어요. 저도 그럴 자격이 없어요.” 조동현은 두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평소에 우리에게 잘해주셨다고 하셨죠? 제 아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르신도 잘 아실 거예요. 하지만 어르신은 아들의 행위를 묵인하셨죠. 아파트에서 떠도는 유언비어들에 어르신도 한몫하지 않으셨나요?” 노인은 확실히 처음엔 옆집에 사는 오정윤이 자기 아들을 꼬셨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시간이 좀 지난 뒤에야 자신의 못난 아들이 잘못한 일이란 걸 알았다. 그래서 그들에게 잘해주려고 했다. 또 일이 커지는 걸 막으려는 속셈도 있었다. 만약 오정윤이 소문을 내고 다닌다면 그의 아들은 체면을 구길 것이고 직장에도 영향이 미칠 것이다. 그날 그녀는 그런 생각으로 남들 앞에서 오정윤 얘기를 꺼냈었다. 타지에서 온 사람이 잘 꾸미고 다닌다고 한마디만 했을 뿐인데, 그 뒤로 소문은 한없이 부풀려졌다. 노인은 사실 무척 후회되었다. 하지만 자기 아들을 지키는 게 더욱 중요했다. 오정윤은 상황을 보더니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르신, 아파트에서 떠돌던 소문들 어르신이 말한 거였어요?” 그녀는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그녀는 눈앞의 이 노인을 처음 알게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평소 아파트에 무슨 일이 있으면 노인은 항상 그들을 찾아와서 알려줬다. 다른 사람들이 그녀를 손가락질할 때 먼저 나서서 사람들을 흩어지게 한 것도 노인이었다. 그런데 사실 그 모든 소문의 근원지는 노인이었다. 심지어 김희주마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노인을 바라보았다. “어머님...” “난 우리 집안을 위해서 그런 거야!” 노인은 이를 악물면서 김희주의 손을 뿌리쳤다. 그녀는 괘씸하다는 표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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