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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장 학업 성적이 꼴찌라고?

다음날, 해가 중천에 떴지만 진희원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았다. 반면, 의원 밖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서지석은 두 번이나 방에 찾아와 그녀 곁에 서서 수화를 날렸지만 진희원은 귀찮은 마음에 눈도 뜨지 않았다. 참다 못한 김선월이 방 문 앞에 서서 진희원을 깨웠다. “희원아, 오늘 목요일인데 왜 학교에 안 가?” 그제야 침대에서 일어난 진희원은 휘청거리면서 방을 나섰다. “오전에 수업이 없어요.” 김선월은 진희원의 생각을 꿰뚫어본 듯 한숨을 푹 내쉬었다. “공부가 많이 힘들면 할머니한테 얘기해. 괜찮아. 장씨 아주머니 말을 들어보면 요즘 다들 과외 수업을 받는다고 하던데 우리도 받을까?” 공부가 힘들다고? 진희원이? 서지석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고개를 들었고 진희원은 피식 웃으며 머리를 묶더니 김선월의 말에 대답했다. “괜찮아요, 할머니. 저 혼자서도 잘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김선월은 여전히 걱정된다는 듯이 주변을 둘러보며 핸드폰을 찾기 시작했다. “네가 저번 학기에 꼴찌를 받았잖아. 너희 선생님이 이번 학기에도 성적을 올리지 못하면 부모님을 부르겠다고 하셨어. 안 돼. 아무리 생각해도 과외 선생님을 구해야겠어. 박씨 가문 그 놈이 공부를 꽤 잘하는 거 같은데 그 놈을 불러와야겠어.” 말을 하던 김선월이 전화를 건 순간, 밖에서 손님이 찾아왔다는 방울 소리가 들렸다.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3일 동안 찾아오지 않은 환자가 입구에 떡하니 서있었다. 그는 기다란 다리에 맞춤 정장을 정갈하게 차려 입은 채 뭔가 재밌는 일을 엿들은 듯 눈썹을 들썩였다. 그러더니 고개를 살짝 갸우뚱거리며 입꼬리를 올린 채 진희원을 쳐다보았으며 마치 꼴찌라는 말이 사실이냐고 묻는 듯했다. 진희원은 그런 윤성훈을 보며 말문이 막혔다. 김선월은 다른 사람 앞에서까지 진희원에게 창피를 주고 싶지 않았다. 더군다나 상대방은 진희원 친구이기도 하니까. “편하게 있어요. 난 방에 들어가서 박씨 가문 손자한테 전화를 좀 해야겠어요.” 김선월은 핸드폰을 들고 방으로 들어갔고 진희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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