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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6장 001이 나타나다

“저... 주사근 씨, 저희 아가씨께서 전화 좀 바꿔 달라고 하셔서요.” 취조실 밖에 있던 이호철이 공손하게 말했다. 그러나 주사근은 차가운 표정을 하고서 문건을 보며 대답했다. “아가씨고 뭐고 필요 없어요. 할 말도 없고요.” ‘진씨 가문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소용없어. 돈을 주고 죄를 덮겠다는 거야?’ 주사근이 이호철을 스쳐 지나가려 할 때, 이호철이 입을 열었다. “저희 아가씨께서 주사근 씨를 알고 있대요. 말씀 나눠보시면 알 거예요.” 주사근은 어쩔 수 없이 휴대폰을 받았다. 그러나 휴대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를 듣자마자 소름이 돋았다. “오랜만이야, 사근 씨. 여전히 감이 좀 떨어지나 봐?” 여유롭고 오만한 목소리는 귀에 익었다. 주사근을 악몽에 시달리게 했던 사람, 지금껏 쌓아 올린 공적을 타파할 만큼 예리한 감각으로 형사 사건에 도움을 준 사람의 목소리였다. 예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성숙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었다. 주사근의 표정이 삽시에 변했다. “당... 당신은...” “사건 분석할 때마다 나한테 졌었잖아.” 진희원의 말에 주사근은 두 눈을 크게 떴다. 도도함은 눈 녹듯 사라졌지만 주사근은 씩씩대며 말했다. “당신 뭐 하자는 거야! 이 사건은 내 담당이라고.” “사근 씨 부서의 사건은 결국 내 담당인 거 몰라?” 진희원의 목소리와 바람 소리가 함께 들려왔다. 주사근은 어쩔 바를 몰라 하며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은퇴했다고 잠적하더니, 왜 나타난 건데?” “돌아왔으니까 이렇게 연락한 거잖아.” 진희원이 헬멧을 쓰며 말했다. “사근 씨가 지목한 용의자가 내 친오빠야. 놀랍지?” 주사근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언제 진씨 가문 아가씨가 된 거야? 설마 사건을 위해 일부러 위장한 건 아니겠지?” ‘손이 자꾸 떨리고 진정할 수가 없어. 어떡하지?’ “사근 씨, 진정해. 나 많이 변했어. 사근 씨가 1등 하게 해줄게.” 진희원이 말을 이었다. “아, 충고 하나 하는데 이 사건은 타살이 아니야. 용의자를 지목해서 좋을 건 없어.” 주사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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