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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0장 나는 신이다

원아가 이청은을 데리고 떠난 후에야, 진희원은 실험실에 걸린 시계를 한 번 쳐다보고 무심히 철봉 하나를 집어 들었다. 진희원은 앞쪽으로 걸어가며 코끝에서 점점 더 짙어지는 피비린내를 맡았다. 뒤따라오던 어린 남자아이는 무서운 듯 걸음을 걸을 때마다 진희원을 불렀다. 진희원은 뒤돌아보지 않고 복도를 살피며 손을 들어 전기 스위치를 올렸다. "역시 팔괘진이네." 들어온 순간부터 진희원은 이 실험실의 배치가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외부는 원형이고 음양이 하나로 모였다. 벽에 걸린 그림의 위치도 다 이유가 있었다. 지형도 약간 불규칙해서 어디가 가장 낮은지 찾아봐야 했다. 이것도 쉬운 일이었다. 진희원은 나무 선반에 있는 액체를 들어 바닥에 부었다. 물이 흐르는 것을 보니 멀지 않은 곳에 우물이 있었다. "똑딱, 똑딱." 물이 바닥에서 기운을 모으는 것은 지하에서 혼을 모으는 것과 같았다. 진희원의 눈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여기야.' 어린 남자아이는 진희원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누나, 우리 저기로 가는 거예요? 진짜 무서워요." "다른 사람한테는 무서울지 몰라도, 너한테는 그렇지 않을걸." 진희원은 얕은 눈빛으로 남자아이를 바라보았다. 어린 남자아이는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누나,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계속 속일 거야?" 진희원은 남자아이의 발을 쳐다보았다. "일본 여자아이는 오랜 시간 계다를 신어서 걸을 때 자연스럽게 작은 걸음걸이를 하게 돼. 이 점은 네가 고칠 수 없는 거야." 어린 남자아이의 순진한 얼굴에 갑자기 부적절한 음침한 웃음이 떠올랐다. "누나, 전 남자아이에요. 여기 오고 선생님께서 이렇게 걸으라고 가르쳤어요." "지금 우리 둘만 있으니까 그렇게 가식 떨지 마." 진희원은 무심히 말했다. 어린 남자아이의 머리카락이 갑자기 길어지기 시작했다. 옷차림도 변화가 생겼다. "언제부터 날 의심했어요? 조금 전?" "들어오기 전부터." 진희원은 대답하면서도 자신을 반성했다. "난 확실히 어린 아이한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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