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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장 이젠 참지 않아

그 말을 들은 진희원은 다른 사람들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방문을 박차고 나섰다. 분주하게 움직이며 어디선가 몽둥이까지 찾아 든 그녀의 눈동자가 차갑게 번뜩였다. 골목 근처에는 장을 보고 돌아온 이웃들이 꽤 몰린 상태였다. “여긴 무슨 일로 오신 거죠?” “김선월 씨 만나러 왔어. 그 할망구가 의료 사고를 낸 건 아시나 몰라?” “그럴 리가요?” “그건 모르지. 한의사라면 혈 자리 같은 걸로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일 수도 있는 거니까.” “어제 김씨 할머니가 내 목을 만졌었는데 나한테도 무슨 일 생기는 거 아니겠지?” “의료 사고를 냈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앞으론 더 가면 안 되겠어...” 주위에서 들려오는 수군거림에 김선월은 손이 새하얘질 때까지 지팡이를 힘껏 부여잡으며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를 지탱했다. 하지만 남자는 한껏 건방진 표정으로 웃어댔다. “어쩐지 잘 먹고 잘 사는 것 같더라니. 여기 사람들은 그쪽이 그런 사고를 쳤다는 거 모르나 봐요?” 푸흡 웃던 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직도 본인이 전성기 시절 김선월인 줄 아시나 봐요. 한의학은 이제 한물갔어요. 이빨 빠진 호랑이 주제에 우리 최씨 가문의 손님을 빼앗아요?”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네. 비켜.” 차가운 목소리로 대꾸한 김선월이 자리를 뜨려고 하자 남자는 다시 그 앞을 막아서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리 병신 되시더니 머리까지 어떻게 되셨나. 어디서 오리발입니까? 그 계집애를 의원에 보낸 것도 당신이 시킨 짓이죠?” ‘희원이가?’ 김선월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우리 희원이 말하는 거야?” “그 계집애 이름까진 난 모르겠고.” 남자의 얼굴에 경멸의 미소가 피어올랐다. “고모가 직접 가보라고 부탁만 안 했어도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어요. 김선월 씨, 그쪽도 윤씨 가문이 주최하는 의학 세미나에 가고 싶죠? 자, 여기요!” 남자가 김선월을 향해 초대장을 던졌다. “그렇게 잘났으면 당신이 직접 윤성훈 치료해 보든가. 하여간 명줄도 길어서 죽지도 않아...” 퍽! 남자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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