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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속내를 감추다

“내일 동네 공원에서 침 놔드릴게요.” 진희원은 담담한 목소리로 당부했다. “약물에 꼭 마사지해 주시고요. 그리고 밤새 드라마 보지 마세요.” 요즘 자이 아파트에서는 막장 드라마가 유행인데 아저씨 아줌마 모두 거기에 푹 빠져 있었다. 진희원의 말에 다들 찔리는 게 있는 듯 대답했다. “우, 우리 이제부터 10시에 잘 거야.” 예전이었다면 이 아저씨 아줌마들이 누군가의 말을 이렇게 잘 듣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이 사람들은 대부분 공을 세우고 신분마저도 은폐한 사람들이었다. 진희원이 빨리 돌아오기만을 바라고 있었던 하주만은 이제야 마음이 놓였다. “진 선생님, 제가 계속 집 지켜보고 있었어요. 아무도 접근 못하게 했어요.” “고마워요, 수고하셨어요.” 진희원은 예의 바르게 말하며 그에게 과일을 건넸고 하주만은 웃으며 과일을 받아 들었다. “진 선생님을 위해서라면 힘들지 않아요. 이제 어디 안 가시죠?” 이 사람들을 하주만 혼자서 감당하는 건 무리였다. “네.” 진희원은 열쇠를 받아 들며 말했다. “안 가요.” 그녀의 말에 하주만은 기뻐서 말했다. “그렇다면 다행이에요! 그럼 볼일 보세요. 방해 하지 않을게요.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하주만의 말에 진희원은 고개를 끄덕였고 하주만이 떠난 후에야 열쇠로 문을 열었다. 낡은 자물쇠여서 특별할 게 없어 보였지만 그녀가 첫 번째 자물쇠를 열자 액정 암호 자물쇠가 눈앞에 나타났다. “홍채 인증을 활성화하시겠습니까?” 진희원은 무심하게 대답했다. “네.” “홍채 인증 중,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홍채 인증 완료.” “어서 오세요, 주인님.” 젠틀한 전자음은 오랫동안 작동되지 않았고 ‘달칵’ 소리와 함께 철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방 안이 순식간에 환해졌다. 2미터 높이의 책장에는 한의학 고서와 인삼을 담근 병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방에는 녹색 식물이 많았는데 대부분 한약재였고 하나하나 라벨이 붙어 있었다. 거실 중간에는 화려한 검붉은색 오토바이가 있었는데 그것은 이미 단종된 BMW 토마호크였다. 진희원은 냉장고의 물을 꺼내 마시고 드라마를 보려는 찰나 테이블 위 충전 중이던 휴대폰이 울렸다. 독특한 벨 소리였다. “희원 부자님, 일어나서 주문받으세요! 희원 부자님, 일어나서 주문받으세요! 희…” 진희원은 세 번째 울릴 때 휴대폰을 눌렀다. “말해.” “보스, 서울에 큰 건 하나 있는데 받을 거야?” 진희원은 물을 한 모금 마신 후 말했다. “무슨 내용인데?” “경주의 갑부가 오래 전에 실종된 손녀를 찾는데 그 손녀가 서울에 있대. 찾기도 쉽고 돈도 짭짤해.” 그러나 진희원은 하품을 하며 대답했다. “관심 없어.” “잠깐만! 보스, 잠깐만! 다른 것도 있어. 분명 마음에 들 거야!” 그 사람은 포기하지 않고 말했다. “이것도 큰 건이야!” 진희원은 나른하게 턱을 괴며 말했다. “말해.” “현성 윤씨 가문이 보스를 찾고 있대. 게다가 치료비로 20억을 주겠대. 보스만 찾을 수 있다면 단서를 제공한 사람에게도 사례금을 준다는데 진짜 부자인가 봐!” “그 정도로 성의를 보인다고?” 진희원은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지 않고 손끝으로 휴대폰을 두 번 두드렸다. “조건 보내봐.” “오케이!” 다음 순간 창문에 정보가 투영되었다. 윤씨 가문은 예로부터 존재해 온 가문으로 대대로 나라를 지켰고 기억에 그들은 국가 관사에 살았었다. 그 밖에도 윤씨 가문은 명의들에게 초대장을 보내 일주일 동안 KS 호텔에서 진료를 보게 했다. 그 목적은 윤씨 가문의 수장인 윤성훈의 병을 고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명의가 누군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윤성훈의 병세에 대해서는 거의 내용이 없었고 그저 오랜 세월 몸이 허약했으며 대외 공개가 부적절하다고 쓰여 있었다. 보아하니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닌 것 같다. 진희원은 긴 다리를 쭉 뻗으며 말했다. “이 주문 내가 받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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