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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4장 진희원이 찾아오다

“지금 당장 허씨 집안에 사과하라고 해! 우리 집안에 이혼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감히 이혼한다면 딸로 인정하지 않을 거라고 해. 정말 막 나가네!” 휴대전화 너머로 화가 난 아버지의 음성이 들려왔다. 양희연의 기억 속 아버지는 항상 그랬다. 그는 자기 뜻대로 안 되면 역정을 냈다. 양희연은 그의 말에 따르는 걸 효도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남동생은 뭘 해도 상관없고 그녀와 여동생만 효를 다해야 했다. “하하하, 우습네요, 정말 우스워요.” 양희연의 이마에서 피가 흘렀다. 그녀는 웃음을 참지 않았고 두 눈동자에는 검은 안개가 짙게 깔렸다. “이렇게 큰 세상에서 제 집은 어디에도 없네요.” “딸의 목숨은 목숨도 아닌가요?” “절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왜 나으셨어요?” “아들의 밑거름이 되길 바라서인가요?” 마지막 목소리는 그녀가 낸 목소리 같지 않고 서쪽 방에서 들려오는 소리 같았고 아주 우렁찼다. 원아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가 막을 수 있는 건 없었다. 심지어 원아는 양희연과 같은 기분을 느꼈고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원념은 원래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특히 불공평함을 느꼈을 때 그랬다. ‘죽여!’ 양희연의 귓가에서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 양희연은 통제를 잃은 것처럼 옆에 놓인 과도를 쥐었다. ‘죽여!’ 양희연은 시선을 내려뜨리고 손을 바라봤다. 김현주는 그녀를 내쫓으려 했다. “꺼져!” 바로 이때, 갑자기 누군가 발로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바람막이에 검은 바지, 부츠를 신고 긴 머리를 한 아름답고 차가워 보이는 진희원이었다. 그녀는 때마침 양희연을 말리며 시선을 마주했다. 양희연은 곧 이성을 되찾았다. 조금 전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진희원은 자옥을 쥐었고 원아도 정신을 차렸다. 원아는 억울한 얼굴로 진희원을 바라보면서 가련하게 입을 비죽이며 말했다. “언니.” 진희원은 원아를 잡고 김현주를 바라보았다. “임산부인데 아무리 화가 나도 그렇지 사람을 밀면 어떡해요? 게다가 양희연 씨 말처럼 어르신 아들이 바람을 피웠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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