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화

정시후가 자리를 뜬 후 부엌으로 향한 네 명의 셰프들은 질서 정연하게 일을 시작했다. 전도현은 강서윤의 허리를 잡은 채 매우 자연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온 뒤 문을 닫았다. 강서윤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전도현이 분명 그 말을 들었을 텐데 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행동하는 거지? 들리지 않은 건가? 아니면... 하지만 그걸 왜 신경 쓰지?’ 강서윤은 전도현의 품에서 벗어나며 무표정하게 말했다. “조금 전에 체면 세워줘서 고마웠어요. 저 사람들은 보내도 돼요.” “누가 체면 세워주려고 온 거라고 했어?” 여유롭게 묻는 전도현의 모습에 강서윤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띄워주러 온 게 아니면 설마...’ “진심으로 아침을 만들어주려고 사람을 데려온 것뿐이야. 그러다가 우연히 네가 쓰레기를 처리하는 걸 도운 거고.” 말을 하던 전도현은 강서윤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너무 감동하진 마. 물론, 감동해서 몸으로 보답하고 싶다면 거절하진 않겠지만.” 강서윤은 어이가 없었다. “그 정도로 자뻑할 필요는 없어요.” 투덜대며 전도현이 어깨에 걸쳐준 옷을 벗어 돌려주려 했지만 벗기도 전에 전도현이 말했다. “정말 내 앞에서 옷을 벗을 거야? 날 유혹하려고?” 강서윤은 순간 손이 멈췄다. 이 남자! 정말 못 하는 말이 없다! “여기서 기다려요!” 방으로 들어가 빠르게 옷을 갈아입은 강서윤은 잠시 후, 긴 청바지와 셔츠로 갈아입고 나왔다. 나온 뒤에도 강서윤을 바라보는 전도현의 눈빛은 잔뜩 어두워 있었다. 분명히 보수적인 옷차림이었지만 강서윤이 입으니 청바지는 그녀의 길고 곧은 다리를 더욱 눈에 띄게 했고 볼록한 엉덩이 라인도 그대로 드러났다. 얇은 셔츠는 우아하면서도 아련한 선비 같은 느낌을 주었다. ‘젠장, 뭘 입어도 유혹적이니 요물이 따로 없네!’ 전도현은 속으로 강서윤을 평생 숨겨두고 싶었다. 영원히 자신만 볼 수 있게... 하지만... 앞으로 걸어 나온 강서윤이 전도현을 향해 양복을 던지며 무정하게 말했다. “전 대표님, 이제 정말 가도 돼. 내가 도와달라고 해서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