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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전도현은 평소 여자를 무척이나 거부했었지만 강서윤에게는 왠지 모르게 묘한 감정이 솟아올랐다. 그동안 그의 가족들은 그를 장가보내려고 온갖 방법을 다 썼으나... “아빠, 빨리요... 빨리 살려주세요...” 전이안의 앳된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전도현은 그녀의 상처를 확인했다. 검은 구멍이 두 개 뚫려 있었는데 딱 봐도 아주 심각했다. 해독제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는 늦을 것 같았다. 결국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여 상처 부위를 입으로 빨아내기 시작했다. 바닥에 누워 경련을 일으키던 전이안의 얼굴에 순식간에 밝은 미소가 번졌다. 그 모습에 전도현은 어이가 없었다. ... 강서윤이 다시 눈을 떴을 때 블랙과 화이트, 그레이 톤으로 꾸며진 고급스러운 방이 눈에 들어왔다. ‘여긴 어디지? 분명 코브라한테 물렸었는데. 아, 맞다. 상처를 빨리 치료해야 해.’ 그녀가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원래 입고 있던 옷이 아니라 커다란 흰색 셔츠가 그녀의 몸을 감싸고 있었고 다친 부위도 이미 붕대로 감겨 있었다. ‘이게 대체... 누가 갈아 입혀준 거지?’ “깼어?”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강서윤이 고개를 들어보니 훤칠한 키의 전도현이 문밖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맞춤 제작한 고급 정장을 입은 그는 고고하고 냉철해 보였고 조각칼로 깎아놓은 듯한 얼굴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위압감을 풍겼다. ‘전도현?’ 우리나라에서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는 남자이자 5백 년 역사를 지닌 전씨 가문의 13대 후계자 전도현이었다. “대표님이 절 구했어요? 옷도 대표님이 갈아 입혀줬고요?” “응.” 전도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강서윤의 앞에 앉아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책임질 테니까 걱정하지 마.” 그러고는 비단 케이스를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케이스 뚜껑이 자동으로 열렸는데 안에 하트 모양의 다이아몬드 반지가 있었다. 강서윤이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전도현이 대답했다. “프러포즈.” 강서윤은 말문이 막혀버렸다. ‘소문에 전도현이 여자한테 관심이 없고 아들도 대리모를 통해 얻었다고 하던데. 왜 갑자기 나한테 프러포즈하는 거지? 맞다, 아들. 그 아이의 얼굴이 전도현이랑 매우 닮았어. 그러니까 내가 우연히 구한 아이가 제국 그룹 대표의 아들이었던 거야? 근데 어떻게 그 어린애를 위험한 곳에 혼자 가게 내버려 둘 수 있어? 게다가 지금은 알지도 못하는 나한테 프러포즈를 한다고? 정말 무책임한 남자야.’ 강서윤이 차갑게 물었다. “대표님, 착각하신 거 아니죠? 옷 한번 갈아 입혀줬다고 저랑 결혼하겠다는 건가요?” 전도현이 귀티 나는 얼굴로 진지하게 말했다. “난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야.” “대표님 말씀대로라면 해변에 가는 남자들은 아내를 잔뜩 데려와서 책임져야 하겠네요? 제가 비키니를 입고 해변을 걸을 때 수천수만 명의 사람들이 저를 쳐다봤을 텐데 그럼 그 사람들한테 모두 시집가야 하나요?” ‘수천수만 명?’ 전도현은 순간 기분이 언짢아졌다. 강서윤이 이불을 젖히고 일어나더니 그의 어깨를 툭툭 쳤다. “대표님, 우린 다 성인이에요. 절 책임질 필요 없고 아들이나 잘 돌보세요. 맨날 돈 버는 데만 신경 쓰지 마시고요. 대리모를 통해 얻은 아이라 엄마가 없을 텐데 아빠마저 무책임하면 아이가 마음이 건강하게 성장하지 못할 수 있어요.” 강서윤은 드물게 진심으로 충고한 후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그녀의 다리가 무척이나 길고 곧았다. 보통 여자들이 입으면 섹시해보인다는 흰 셔츠였는데 그녀가 입으니 멋진 분위기가 풍겼다. 전도현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나 방금 거절당한 거야? 나한테 시집오고 싶어 하는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생전 처음으로 한 프러포즈를 거절한 것도 모자라 한소리 하기까지 하다니.’ 그는 갑자기 몸을 돌려 강서윤의 뒷모습을 보면서 물었다. “다른 남자 있어?” “네?” 전도현은 어리둥절한 표정의 강서윤을 빤히 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서윤 씨 몸에 퍼진 독을 내가 직접 빨아냈어.” 강서윤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는 물린 부위가 어디인지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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