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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강서윤은 문 쪽에 서 있는 비서를 힐끗 쳐다본 뒤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설빙탕 자체야 뭐 문제 될 건 없지. 근데... 이건 강서진 네 것이 아니야.” 그 말에 그녀는 비웃듯 강서진을 한번 흘겨보고는 다시 비서를 향해 말했다. “이미 갖고 왔으면 들어오시지? 그냥 멀뚱히 서 있을 거예요?” 그제야 정신을 차린 비서는 부랴부랴 설빙탕을 들고 강서윤 앞으로 다가왔다. “강 대표님, 이건 저희 대표님께서 정성껏 세 시간 넘게 직접 끓이신 겁니다. 맛있게 드십시오.” 그 말을 들은 강서진의 표정이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설빙탕이 자기 걸 줄 알았는데... 이게 설마 강서윤한테 온 거였다고? 데뷔한 지 얼마 안 된 애가 대기업 대표한테 직접 설빙탕까지 받다니... 이건 너무했어. 진짜 너무했네.’ 주변 사람들도 하나둘 수군대기 시작했다. 강서윤은 그런 시선을 받으며 설빙탕을 품위 있게 받아 들고 우아하게 한 숟가락 떠올렸다. 기름기 하나 없이 맑고 담백한 향과 산뜻한 고기 맛이 입안에 퍼졌다. ‘이걸 그 남자가 직접 끓였다니...’ 강서윤은 속으로 조금 놀라며 천천히 숟가락을 다시 들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강서진은 뼈가 갈리는 듯한 질투에 사로잡혔다. 그건 단순한 보양식 한 그릇이 아니었다. 그 자체로 자기 얼굴에 따귀를 때리는 모욕이었다. 참고 또 참던 강서진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서윤아, 너... 음식 가져온 사람 정체도 모르면서 그렇게 쉽게 받으면 안 되는 거야. 남자는 다 계산이 있는 법이거든. 그런 거 받아먹는 순간 네가 마음이 있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어. 먹고 싶으면 내가 말만 하면 가인이나 소유가 뭐든 사다 줄 수 있는데 굳이 낯선 사람이 준 걸 먹을 필요가 있었을까?” 말투는 자매처럼 부드러웠지만 말 속엔 분명한 충고와 경계심이 담겨 있었다. 그러자 강서윤은 천천히 시선을 들더니, 쿡 웃으며 되물었다. “내가 뭘 먹고 싶다 하면 뭐든 사다 줄 수 있다고? 그럼... 경덕궁 아이스크림 하나 사다 줘 봐.” 그 말에 강서진의 얼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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