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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강성 문예체육센터. 아직 아침 아홉 시 반밖에 되지 않았건만 공연장은 이미 발 디딜 틈 없이 인파로 가득 차 있었다. 어젯밤, 폭풍처럼 번진 ‘내기 계약’이후로 사람들의 관심은 오직 한 사람에게 쏠려 있었다. ‘그 듣도 보도 못한 신인, 강서윤이라는 애가 대체 뭘 믿고 정시후에게 도전한 거야?’ 애초에 수백만 원이던 티켓 가격은 단 몇 시간 만에 수천만 원으로 치솟았고 그럼에도 표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센터 밖에까지 몰려들었다. 더 놀라운 건 평소엔 얼굴조차 보기 힘든 강성 재계의 상류층 인사들까지 이번 무대를 보기 위해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이었다. 그들 대부분은 정시후와 지인이거나 그와 절친한 사이라고 알려진 이들이었다. 정시후라는 ‘완벽한 남자’에게 감히 도전장을 내민 그 여자애. 그녀가 도대체 어떤 존재인지, 어떤 배짱으로 이 모든 시선을 감당하려 드는지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해보겠다는 듯 귀빈석 가장 앞줄에 자리 잡았다. 가장 눈에 잘 띄는 자라에 앉은 그들은 공연 시작까지 아직 한참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무대를 바라보며 ‘그녀’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시각, 강성 문예체육센터 후문. 시커먼 고급 세단 한 대가 날렵하게 멈춰 섰다. 차체가 완전히 멈추기도 전에 운전석에서 진기범이 재빨리 내려 조심스럽게 차창 너머로 말을 건넸다. “서윤 씨, 대표님께서 그러셨어요. 오늘 무슨 일이든 도움이 필요하면 망설이지 말고 말씀하라고요. 절대 서윤 씨 혼자 지게 놔두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 말에 강서윤은 태연하게 차에서 내려 조용히 문을 닫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단 한 점의 흔들림도 없었다. “됐어. 이 정도 일에 누구 도움까지 빌릴 필요 없어.” 말끝을 흐르듯 남기고 걸음을 옮기던 그녀가 잠시 뒤 고개를 돌렸다. 차창에 기대 선 진기범을 향해 또박또박 말했다. “아, 그리고. 그쪽 대표님한테 전해. 이안이랑 좀 더 시간 보내라고. 괜히 나한테 시간 낭비하지 말고. 나는 지금 가진 걸로도 충분하거든. 특히...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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