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화
그러나 유지민이 아무리 태연한 척해도 그녀의 미묘한 감정 변화를 강인혁은 놓치지 않았다.
겉으로는 차분해 보였지만 가늘고 하얀 손가락을 꽉 움켜쥐고 있는 모습이 그녀의 흔들리는 마음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강인혁은 눈빛을 가라앉히며 깊은 곳에 깃든 감정을 감추었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듯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내일 친구들이 모임을 하는데, 나랑 같이 갈래? 난 낯선 여자들이 가까이 오는 게 싫어.”
그의 말에 유지민은 복잡한 생각에서 벗어나 무심결에 그를 바라보았다. 신기하게도 잠시 전까지 휘몰아치던 감정이 차츰 가라앉았다.
그녀는 잠깐 망설였다. 애초에 둘은 부모님을 속이기 위해 결혼한 사이일 뿐이었다. 그런데 친구들까지 만나야 한다니...
유지민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우리... 약속했던 거, 잊진 않았죠?”
강인혁의 눈이 가늘어졌고 묘하게 어두워진 눈빛에서 서늘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그의 강렬한 존재감에 유지민은 한층 더 주눅이 들었고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다른 사람들 앞에선 결혼 사실을 숨기기로 했잖아요.”
그녀의 말이 끝나자 강인혁은 무표정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깊고 검은 눈동자는 복잡한 심경을 담은 채 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리고 낮고도 깊은 목소리로 답했다.
“네가 필요하다면 네 친구들 앞에서는 감출 수도 있지. 하지만 내 친구들 앞에선 그럴 필요 없어.”
강인혁은 처음부터 그녀를 남몰래 감춰 두려는 생각 따위 없었다. 어둠 속에서만 존재하는 새장 속 새처럼 그녀를 가둘 생각도 없었다.
유지민은 그의 단호한 말투에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러나 그가 이어서 한 말에 다시금 정신을 차렸다.
“게다가 네가 내 아내라는 걸 밝히면 나한테 달려드는 여자들이 좀 줄어들겠지.”
그는 짐짓 가벼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 여자들 정말 귀찮거든. 네가 내 옆에 있으면 좀 조용할 것 같아.”
유지민은 잠시 멍해졌다.
이건... 설마 자랑하는 건가?
하지만 그의 얼굴을 보면 그런 말이 나와도 이상할 게 없었다. 솔직히 저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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